생신 이벤트
지난 주 포도밭에서 땀 찔찔 흘리며 쩔게 일하는데 전화가 왔지 모예요
어디시냐구 물었더니 영동군 푸르미자원봉사팀이래요
전국 효릴레이 행사의 일환으로 독거노인 생일상, 제사상 차려 드리는 행사인데
우리마을 유영식 할아버지께서 제사상 행사에 선정이 되셨다구..
그래서 오토바이타고 불나게 하마산리 회관으로 갔더니만 봉사팀들이 왔세요
다시 한번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런 내용이라.
유씨할아버지께서 작년에 졸창지간 할머니를 잃으셨세요
낮에 회관에서 고스톱 잘 치시고 저녁하러 가셨는데 그 담날에 초상이 났어요
그야말로 밤새 안녕~~ 하고 돌아가셌세요.
할아버지는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으셨지요
두분이서 살다가 할무이가 먼저 돌아가셨으니....그동안 부엌일이라고는 손톱만치도 모르시던 분이
끼니가 젤 큰 걱정이였세요.
그래 작년 후반기에는 반찬나눠주는 자원봉사팀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부식 배달을 받게 되어서
그나마 조금 나아지셨지요
혼자 사셔도 많은 농사일을 하시는데
한번은 유기질 비료 신청건으로 할아버지 집에 저녁에 들른 적이 있어요
세상에 뜨락에 선인장 화분이며 구석구석이,
그리고 부엌이며 작은 거실의 장식장이며
우리집보다 거짓말 안 보태 이백배는 더 깔끔하게 치워놓고 사셨어요
얼마나 내가 속으로 뜨끔했는지
우리 딸 말에 의하면
"엄마는 좋은나라 운동본부에서 위생검열 나오면 당장 구속감이야"햇거등요^^
동네가 떨어져 있으니 기실 아래마산리 사람들을 다는 몰랐어요
그저 잘 아는 집이나 사는 사람에 대해 조금 알았을 뿐이지.
그날 저녁에 할아버지가 주무시려다 일어나서 나와 이야기 하다가
눈물을 흘리며 할머니 생각을 하시는거예요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자원봉사팀에서 하는 말이 곧 있으면 할머니 기일이 돌아오니
기일에 맞춰 제사를 지내는 것이 아니구 그냥 형식적으로 한 분을 선정해서 꼭 제삿날이 아니래도 제사상을 차려 준다는 것이예요. 그러니까 할아버니는 이름만 올리고 기실 내용은 동네제사로 가는거라
내가 그랬어요. 난 제사상은 싫어요. 생일상으로 해줘요
면사무소 담당 직원에게 전화를 해서 생일상으로 바꿔달라고 떼를 썼어요
그랬더니 정작 생일상 가려는 동네는 제사상으로 바꿔 동네 제사를 지내고 우린 유월 초파일에 동네 생신상을 차리기로 햇지요
오늘이 그날이라.
어제밤에도 방송을 해서 동네분덜 다들 오셔서 할아버지 생신도 축하해 주시고 맛난 점심도 드시라구
가곡 cd까지 찾아서 틀어주며 하구, 오늘 새벽에도 회관가서 오늘 낮에 꼭 오시라구 방송을 했지요
11시쯤 되니 봉사팀에서 음식 일체를 해서 상자에 담아서 좌악 내놔요.
부녀회장님과 다정이 엄마가 거들어줘서 봉사팀들과 같이 생신상을 보고
케잌도 자르고 해서 맛있게 점심을 먹었습니다
동네 잔치 한 셈이지요
할아버지는 식사하시고 기분이 좋으신가 누군가 시작한 노랫가락에 덩실덩실 춤을 추십니다.
동네 사람들 모두 기분좋게 술도 한 잔씩 하고, 음료수도 마시고 농사일로 바빠 동네 사람 얼굴도 제대로 못 보고 살았는데 오늘은 마주보고 이런저런 안부도 건넵니다.
나는 이런 일을 아침부터 와서 준비하면서도 기분이 좋습니다.
다 치우고 집에 와서는 김치를 담았지요
아침에 절여 놓고 행사 마치고 와서는 양념 준비하고 찹쌀풀물 끓이고 해서 정신없이 열무김치와 배추김치를 담아요. 월요일 강의가 종강했다고 딸이 학교에 안 갔는데 내가 힘든 내색을 하니까 배추김치를 척척 담아 줍니다. 어찌나 편하고 좋던지.
그러고는 배추 속 넣고 남은 전구지는 또 잘라서 감자 채썰어 넣고, 양파에 당근 고추 넣어서 얇실허니 부침개도 서너넙데기 부쳐서 채반에 날라르니 펴 놓았어요
쉬는 날 마다 농사일 거들어 주고, 오늘은 집안일까지 거들어 줍니다.
딸이 이뻐서 두 달전부터 사려고 벼르고 있는 여름 청바지를 사줘야겠다고
나는 속으로 다짐을 했세요
어지간히 계산속 빠른 여편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