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를 새로 샀지
어제 닭구똥 노란 구르마에 한 차(구르마) 싣고 밭에 부라놓으러 갔다.
<부라놓는다>는 <부려놓다>를 원형으로 가진다.
닭구똥 수북히 얹은 우에 지난 영동장에 가서 선 새 호미도 얹었다.
봄 오기 전에 철물점에 가서 호미를 하나 샀는데 주인 왈,
"이천원짜리나 천 오백원짜리나 똑같에요"하기에 오백원 아낀다고 쭝국산 천 오백원짜리를
샀더니, 고구매밭에 바랭이 뿌리를 뽑다가 호미 모가지가 똑 부러졌다. "에이, 쭝국산이 그렇지뭐"
아버님은 그걸 철공소에 갖고 가서 모가지를 떼워야겠다고 했지만, 그녀르꺼 모가지 떼워주는
철공소 주인 철이 아부지께서 호맹이 모가지 떼워주고 돈을 받것어 어쩌것어, 괘히 민폐만 끼친다고 내비두셔요~했다.
영동장에 마늘 사러 가서 부러 아래장터에 내려가 대장간까지 갔다.
휑하니 천정 높은 대장간에 삽이며 보습, 호미며 조선낫, 쇠스랑...갖가지 농기구들이 회색빛 새 쇠색을 반드르르 갖추고 이름 별로 묶여져 누워있다. 카메라를 가져 갔으면 사진을 찍어오는건데
호미도 대가리 모양이 여럿이다. 납족한게 있는가 하면 갈고리처럼 대가리가 길며 날카로운게 있다.
이것 저것 들었다놨다 하는데 옆에서 고스방이 "퍼뜩 하나 골래서 가지 뭘 그래 땀작거리고 있노"한다. 지길...지 차 좀 타고 왔다고 어지가히 깝치네. 속으로 궁시렁 거리면서 날렵하게 생긴 호미 하나를 고르고 돈을 삼천원 지불을 하였다.
달구똥 우에 얹히 새 호미를 구르마를 끌고가면서 자꾸 쳐다본다. 새 호미에게 나는 기대가 많다.
밭에 가서 거름티미에 달구똥을 구루마째 홱~ 갖다 엎고 한 바퀴 내 영지를 뒷짐 지고 돌아 본다.
줄을 어설프게 친 고추는 이제 땅바닥과 맞절을 하고 있다. 그렇게 고단한 허리춤에도 고추는 달려
붉어진다. 서리태콩도 보라색 꽃을 조롱조롱 매달고, 돼지감자는 키가 훌쩍 자라 내키를 넘었다.
언제 달리느냐고 고대고대하던 가지도 한 나무에 한 아름씩의 가지를 생산하고 언제나 푸른 열매일 것 같던 토마토도 붉으르슴 익어간다.
새로 산 호미를 들고 들깨밭 고랑에 앉는다.
새 호미가 흙 속의 돌메이와 부딪칠 땐 카랑카랑 쇳소리를 낸다. 그 소리도 듣기 괘안타.
마치 호미 아가리가 있어 "나는 방금 대장간에서 담금질이 끝난 빳빳한 새호미란 말야, 풀이든 돌멩이든 뎀벼! 뎀비라구!" 하는 것 같다.
피와 바랭이와 한 판 승부가 끝난 들깨고랑을 바라보면 그 깨깟한 바닥흙이 온전히 드러나보이는데
그 서늘한 밭고랑을 보면 마음 속의 잡초도 어데로 치워버린냥 마음이 개운하다. 밭 매는 일이 저으기 힘이 드는 일이지만, 매고 난 다음의 밭고랑 훤한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수고를 갈음하고 남는다.
작년에도 이렇게 지은 들깨로 들기름을 짜서 올해 고구마순을 볶아 먹는데 그 고소함이 기똥차다.
콩가루 텁텁하게 뭍혀 고구마줄거리를 짭짤허니 볶아 놓으면 별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