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주 동맹 여편네
길에서 만났습니다
황금횃대
2009. 9. 1. 17:43
어제 포도밭에 가서 한 나절 포도 따고 난 뒤 집으로 점심 먹으로 올 때였어요
올해 조리장사 쟁빚을 내서 산 새 오토바이를 타고 신나게 달렸어요
포도밭에 포도는 따러 가야하는데 이놈의 오토바이가 고장이나서 맨날 말썽인게라요
고치는데도 삼사십만원 든다고 하지..그래서 빚을 내서 새 오토바이를 샀세요.
백이십오만원이래요...뭐 오토바이이야기야 암것도 아닝께로..
집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에넥스 앞 큰 지하도 가기 전이였어요. 누가 뒤에 따라오며 빽` 하고 크락숑을 울려요
뒤돌아보니까 고스방 택시래요. 영동에 손님 태워주고 오는데 앞에 가는 여편네가 즈그 여편네라고 아는 척을 해요
금방 내 옆에 따라잡아서는 창문을 열고 씩~ 웃어줘요. 반갑다 이거지요 즈그 마누래니까.
나도 길에서 이렇게 서방 만내기가 할배 돌아가시고는 첨이라서 억시기 반갑게 웃어주었습니다.
아무 말 한 마디 안 하고 둘다 운전 중에 마주쳤다 지나갔지만 먼저 휭 달려간 고스방 택시 뒤꽁무니를 따라 오는데 왜그리 눈물이 퍽, 쏟아지던지..
순간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싶었지요
목구멍이 아프도록 울컥 합니다.
그래도 안다고,
지지고 볶고 해싸도 보듬고 자는 사람이라고
인상 디러워도 즈그 스방이라고
맨날 돈, 돈, 노래를 불러도 즈그 마누래라고,
그렇게 일억겁년의 정성이 쌓여 같이 사는 사람을
길에서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