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주 동맹 여편네
간단하게...
황금횃대
2009. 9. 7. 07:46
일년 중 딱 한 번, 한 시절, 그러니까 포도 따는 시절은 황간 전체가 속도전이다
새벽부터 달구새끼들도 다른 동네 보다 먼저 깨서 목청을 돋우고, 경운기며 짐차 운전 소리가 골목을 가득 메운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여서 발바닥이 화끈화끈 하도록 종종걸음을 치며 포도를 따고 작업을 한다.
그제는 서울에서 justina님이 일해준다면서 우리집에 왔다. 그녀는 호주에서 살다가 작년 겨울에 들어 왔는데 제작년엔 잠깐 쉬러 온 사이에도 우리집에 와서 포도작업을 해주고 갔다. 그런 마음 가지기가 싶지 않지. 제작년과 똑같이 영동까지 기차를 타고 와 시내버스를 갈아타고 안화리에 내렸고, 나는 포도밭에서 포도를 따다가 오토바이를 가지고 안화리까지 그녀를 태우러 갔다. 이년 전에도 그랬건만 여전히 그녀는 오토바이를 무서워하고 나는 괘안타, 괘안타, 탈만하다며..그녀를 안심시킨다.
포도를 따고, 집에 가져와서 작업을 하는데 청주 아지매가 포도즙 사러 왔다가 내가 자고 가라는 말에 거절을 못하고 또 같이 포도작업을 하였다.
누추한 차고 안에 포장 하나 깔고 벌들 잉잉 나르는 악조건 속에서 처음 포도일을 하는데도 잘 한다.
여자들은 그러게...어디가도 굶어 죽을 걱정은 없다.
차 시간이 임박해서까지 일을 시켜먹는 나는 참말로 염치불구이지. 나중에 조용할 때 오면 여기저기 놀러도 갑시다.
자다 깨서 생각해도 고마운 사람들..
그리고 목소리 한 번 듣고 싶어서...전화기 저편에서 힘을 주는 또 다른 그녀에게도....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