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먹는 막걸리
나 늙으면 느그들도...
황금횃대
2009. 10. 12. 20:02
엄마, 낼 아침에 계란말이 좀 먹게 해주세요
이렇게 주문만 하면 엄마는 어데서 얼라 하나 낳듯 계란말이를 낳는 줄 알아
아침에 일어나 밥 해야지 국 낋이야지, 된장 물 부서 더 만들어야지, 계란말이 할려면 좀 바뻐?
뒷마당가서 쪽파 댓가닥 뽑아와 손톱 밑에 흙이 들어가든말든 열나게 까야지, 붉은 고추 찾아야지 당근 깎아야지 닭알 깨야지 소금 넣어야지 거품기로 저어야지, 간봐야지 마늘 뚜드리 넣어야지, 당근에 표고 다져 넣어야지..
후라이판 달궈야지 기름 둘러야지 불 낮춰야하지, 두 국자나 떠서 후라이판 빙글빙글 돌리면서 익히다가 적당한 때 왼손에는 나무 숟갈, 오른손에는 뒤집게 붙잡고 멀티로 계란판떼기 둘둘 멍석 말듯 말아야지..
그렇다고 금방 썰 수나 있나? 조금 식혀야지 안 뿌사지고 도톰하니 어슷 잘 썰어지지...그렇게 공들여 맹글어 놓으면 느그들은 한 숟갈 밥에 두 개, 세 개씩 집어 먹는구나..
나중에 느그들도..내가 늙어 계란말이 먹고 싶다면
저렇게 해 줄거지?
여기 서약서에 도장 찍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