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년이란 그저...
지난 토요일
추석에 친정에 못가서 토요일에 가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어머님은 금요일 저녁에 저녁밥을 드시면서
"내일은 참깨를 일어 말려야겠다"하신다.
참깨 일어 말리려면 마당이 훤해야 하는데 콩타작은 어지간히 끝났으나 포도일하고 치우지 않는 버너와 대형 솥, 다라이들, 들통에 그륵그륵마다 뭣이 쪼금씩 담겨서 여기저기 있다. 고구마 종류별로 담긴 콘티도 몇 개나 널부러져있고.
아이들을 마당으로 불러 내어 마당 설거지를 한다. 촌구석 살림은 씰고 딲고 해봐야 인물이 거기서 거기라, 여기서 치운걸 저쪽 구석에 부려 놓고 또 멍석을 깔아 다른 걸 널어 놓는다. 그러니 치우나마나.
올해는 흰콩과 검은 속파래이콩을 농사라고 짓고는 최고 많이 했다. 물론 참깨도 그렇고.
타작해서 담아 놓은 것들을 쓸어 널며 어머님은 그것들이 사랑스러워 죽을지경이다. 여태 이런 소출이 없었으니.
참깨를 부어 버럭버럭 치대서 꾸정물을 가셔내고 조리로 건져 볕에 보자기를 깔아 넌다. 종일 참깨 옆에 붙어 앉아 참깨를 저어줘야 그게 게우 마른다.
빨래도 널어야지, 도동리 친구는 오늘이 복숭아 마지막 작업이라고 흠집난 것이라도 갖다 먹으라고 고맙게 전화를 해주지, 표고는 정신없이 피어나지..
고구마 주문한 곳에 박스포장해서 또 택배도 보내야지. 고구마 보내면서 그냥 그거만 달랑 보낼 수 있나 표고 맛도 좀 보시라고 표고도 한 쪽 귀팅이 좀 박아넣아야지.
가을걷이에 내 손바닥은 지지껍데기가 되어간다. 안그래도 물기 말라 가는 계절인데 늙어가는 손이야 오즉하랴.
그렇게 대강 바쁜 일을 끝내고 어머님 아버님 점심 차려 드리고 치우고는 2시 버스를 타고 김천으로 갔다.
친정 부모님께 맛 보일려고 복숭아 여남개 종이 봉다리에 넣었더니 들고 가는데 팔이 빠지는 듯 아프다.
동대구역에 내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어지가히 친정 가까운 곳까지 가서는 아부지에게 전화를 했다.
아버지, 안 바뿌시만 버스 정거장으로 좀 나오시이소, 어깨가 너무 아파서 복숭 여남은개를 들고 가들 못하겠네요.
버스 정류장에 내리니 아부지 대신에 동생인 문환이애비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왔다. 오토바이에 가방과 복숭 봉다리를 얹어주고 나는 천천히 걸어가는데 몸이 착 가라앉는다.
저녁을 먹고 솔약국인가 뭔가하는 연속극을 앞대가리 조금 보다가 잠이 살풋 들었다.
이불도 안 깔고 고냥 꼬꾸라져서 잤으니...아부지가 방에 들어와서는 보고 엄마에게 빨리 이불 깔고 베개 꺼내서 고실이 편하게 자도록 해라고 채근을 하신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이...이궁. 농사짓니라고 아가 골병이 들었네..끌끌..하신다.
벨로 골병들게 일하는 것도 아닌다. 아침에 바쁜 마음에 내 혼자 깨 일고 널고 호닥호닥 정신없이 설치며 긴장해 있다가 그간의 피로가 친정 엄마 방에 오니 일시에 쏟아져서 그런 걸 가지고 아버지는 딱해서 아주 어쩔 줄을 모르신다. 자는 척 하면서 엎어져 있었지만 눈물이 핑돈다.
딸이 깰까바 살살 이불 쪽으로 나를 굴려간다. 내가 모르남? ㅎㅎ
저녁 여덟시 조금 넘어 잔게 아침에 일어나니 여섯시 반이다.
꿈 속에서 화장실을 세 번이나 갔는데 나는 여전이 오줌이 마려워 죽을지경이다. 일어나니 오줌보가 터질라한다. 아버지는 엄마랑 둘이서 편하게 자라고 다른 방에 가서 주무신단다.
그 때 일어나 허리 펴는 운동을 하고 손가락 관절을 주물러 부드럽게 매만진다. 11시쯤 저번에 와서 김밥과 캘리롤을 만들어 주려다 못 해주고 갔는게 생각나서 막내 조카랑 재료를 사와 김밥과 캘리롤 18줄을 말아서 점심으로 먹었다. 다들 맛있다고 잘 먹는다. 내가 누구냐. 김밥 달인 아니냐. ㅋㅋ
올케가 갖다준 전기찜질기로 어깨와 허리를 지지며 한 숨자고 일어나니, 아버지는 앞마당 단감나무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빨갛게 익은 단감을 한 소쿠리 따놓으셨다 집에 갈 때 가져가라고. 엄마는 쇠꼬리를 사 놓고, 올케는 김밥 네 줄에 전기커피포트, 포인트 벽지..까지. 아주 한 보따리를 챙겨준다.
꼴란 복숭 몇 개에 표고버섯 한 봉다리 들고 오면서도 어깨가 아파서 들고 갈 수 없노라 아버지 마중까지 나오게 해 놓구선 즈그 집에 들고 갈 보따리는 천근이 넘어도 암말 않고 잘 들고 갈 수 있다고 어깨에 울러맨다. 그게 딸년이다. ㅋㅋ
오늘 오전에 꼬리 핏물 우려내고 오후에 사골 한 짝 사와서 같이 핏물 우려 조금 전에 아시 끓여 놓았다.
물 한 솥 잡아서 밤새도록 고아야지...즈그 식구들 멕일라구...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