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저녁의 게임

황금횃대 2009. 10. 29. 12:37

저녁의 게임』(Today and the Other Days, 2008)   

 

 

 10여 년 전부터 작가 오정희씨의 원작을 시나리오로 구상 하면서 홀로 작업해온 이 영화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살아가는 딸(성재)의 삶을 몽환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MBC-TV에서 PD생활을 하다 그만 두고 2008년말 REAL GONE란 영화사를 차린 늦깍이 최위안(본명

최낙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사진 클릭시 화면 확대]                                            

 

재개발 예정 지역인 오래된 집에서 아버지와 생활하는 성재는 하루를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삶이라는 감옥을 탈출 못하는 그녀의 마음은 찌는 더위 속에서 끈적거리는 다양한 욕망으로 표현되는데....

 

  [사진 클릭시 화면 확대]   

 

 그녀는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와의 벗어던질 수 없는 숙명을 외면하려고 외부와의 소통을 시작한다.

일상 탈출의 유일한 방법은 이상향으로 잠수하는 것. 그녀가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생각들은 매우 아름답다.

 

 

 

수도 없이 옷을 갈아입고, 날아다니고, 숲 속을 거닐며, 흙탕 물 속에 누워있는 장면들이다.

현실에서는 아버지가 요구하는 대로 개구리를 끓여야 하고, 저녁엔 함께 앉아 화투 패를 떼야 한다.

이 장면들은 정체성을 잃은 채 근친상간의 상징물 아래 있는 가여운 그녀를 보여준다.

 

  [사진 클릭시 화면 확대]   

  

직접적인 표현은 없지만 나름의 해석을 거쳐야 하는 게 이 영화를 보는 어려움이라고 하겠다.

그녀의 상상은 화면 위를 아름답게 흘러간다.

하지만 개구리처럼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욕망으로 인해 어김없이 뭉그러진다.

서늘하고, 미끄럽게, 깜짝 놀랄만한 메시지로.

  

  [사진 클릭시 화면 확대]   

 

영화는 색채를 강조한다.

집 바깥은 꿈꾸는 이미지로의 초록색을, 집과 길들은 반복적인 삶을 나타내는 황토색으로 붓질하고 있다.

미묘한 점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감독의 일관성과는 달리, 관객들은 홀딱 벗은 욕망 앞에서 끊임없이

흔들려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녀 속에 보통사람들이 보였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세상을 탐닉하며 윤회하기만 하는 인간들의 모습이. 

 

 

 

  

104분 동안 삶의 체증을 관능으로 해소하려 들지만 그녀는 자유를 찾지 못했다.

자기가 누구인지를 끊임없이 물어야만 비로소 자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이 영화는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2009년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경쟁부분 12편 중 주목할 만한 작품에

선정되었고 이달 10월 2일 폐막한 제20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당초 제목인『 자끌린의 눈물』로 인쇄된 영화의 포스터

 

  

 

 날카로운 관조의 시선이 으뜸이며 그림을 그린 듯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이며,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독립영화'워낭소리'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아버지로 상징되는 억압적인 삶의 굴레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 모두가 잊고 있었던 고향의 얘기를 코끝이 시근한 감동으로 되살려낸 독립영화 '워낭소리'가

관객들의 감성을 '자연스럽게' 자극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는데, 관객들의 감성을 '불편하게' 자극하는

'저녁의 게임'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어떨지 사뭇 궁금하다. 

 

 

   

저녁의 게임 영화 정보

 

 

개 봉 일 : 2009.10.29

개 봉 관 : 서울 중앙시네마

상영시간 : 102분  

제작 감독 각본 촬영 미술 최위안
출연 : 하희경 (차성재 역/ 주연), 정재진(아버지 역/주연), 안찬우 (동네꼬마 역)

장르 : 심리 판타지 드라마

영문제목 : Today and the other days

제작:㈜리얼곤시네마또 / 배급:한국예술영화관협회

제작지원 : 전라북도, 영화진흥위원회 

  



오펜바흐 첼로 쟈끌린 뒤 프레 (자끌린 의 눈물)

 

 

사진 출처 : Daum 영화  저녁 게임 - Daum 영화  스틸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