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가 진다
배를 구부려보면 삼겹을 넘어선 오겹의 배가 구부리는 각도를 둔각으로 만들어 놓는데도 불구하고 오늘은 자꾸 허기가 집니다. 아침도 새밥은 어른들 퍼드리고 나는 식은밥을 된장에 비벼 맛나게 먹었습니다. 어젯밤 이장단 망년회한다고 술 좀 펐는데도 아침에 입안이 까칠허기는 커녕 밥알이 부드러운게 된장 국물 질퍽허니 비벼 멸치 온거(몸통째로 놓은 온마리)도 골라내지 않고 야물딱지게 칼슘이얌~ 하면서 잘 씹어 먹었습니다. 밥 그륵에 밥을 퍼보니 평상시 먹던것보다 양이 좀 많았지만 남기면 또 식은밥 된다 싶어 고봉으로 닥닥 긁어 퍼 먹었습니다.
낮에는 은행가서 세금내고 오니 어머님이 점심을 차리고 계시더라구요. 이미 밥 그릇을 가지고 밥통까지 진출을 하셨기에 말리지 않고 나는 국을 뜨고 있었는데, 어머님이 밥 두 그륵을 퍼시고는 고스방 밥 분량 밖에 없는지 밥이 이것 뿐이냐고 물으시데요. 그래서 "밥 모질라면 제가 라면 끓여 먹으면 되요"하고 나는 라면을 맛있게 끓여 먹었습니다. 라면 끓이며 가마히 생각하니 내가 며칠 전에 비상밥을 한다고 냉동실에 밥 두 그릇 분량을 냉동시켜놨는게 생각나서 그걸 전자렌지에 띵~ 돌렸습니다. 어허..보온 밥통에 있는 어머님 밥 보다 내 밥이 더 김이 설설 나는게 금방 한 밥처럼 뜨끈뜨끈합니다. 라면 국물에 보란듯이 수제햇반을 말아서 알뜰하게 다 먹었습니다. 그런데 왜! 허기가 진답말입니까.
아들놈은 오늘 고등학교 친구들이랑 일몰일출을 보겠다고 대천으로 떠났습니다. 대학에 붙을지도 떨어질지도 모르는 놈들이 뭔 놀러냐며, 고스방은 또 똥씹은 인상을 하며 아들에게 (잔)소리 한 소절을 합니다. 벨로 구성지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열심히 부릅니다. 저 소리를 언제쯤 끝낼지 모르겠습니다. 괘히 내가 시험 본 것도 아닌데 나도 도매끔으로 넘어가서 명창 소리를 듣습니다.
점심을 먹고 세시쯤 되었나요. 잠이 오기에 낮잠을 오랜만에 잤습니다. 꿈을 꿧지요
내가 큰 대문을 여니 어떤 예쁜 아가씨가 들어왔어요. 한 눈에 봐도 날씬하고 이쁩니다. 그런데 어디서 옛 애인이 그녀 마중을 나오는 것입니다. 그 옛애인은 츠자적에 두루 옆구리에 끼고 다닌 놈들의 총합체였어요. 잠 깨고 나니 그 놈 얼굴 같기도 하고 또 다른놈 같기도 하고 저놈 같기도 하고 이놈 같기도 하고...하여간 애인을 다 합쳐서 인수분해한 인수만 곱해서 만든 최대공약수 같은 인물이였는데 나는 무지 낯이 익었습니다. 아, 근데 이 옛애인이 나는 본체만체하고 그 이쁜 여인을 무르팍에 앉히고는 이야기를 하는 것예요. 참내 꿈 속에서도 나는 고스방하고 결혼한 사실이 인식이 되어 옛애인에게 뭐라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무지 슬프고 약이 오르고 내가 처량해졌습니다. 그렇게 속 상해하며 그들이 하는 걸 지켜보다가 잠깐 한 눈을 파는 사이에 그들을 놓쳤어요. 나는 그들을 찾으려고 동네 집집마다 마당이 훤히 보이는 산만데이로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때 누가 나와서 내게 밀가루 한 푸대를 엥겨요. 그걸 짊어지고 산만데이를 올라가자니 마음은 급하고 밀가루푸대는 무거워 어깨가 저리고 마음은 급해 죽것는디 다리는 안 움직이고..
아, 그렇게 용을 쓰다가 잠에서 깨었습니다
깨고나니 어찌나 힘이 빠지고 가슴이 미어지게 슬프던지..
그녀르꺼 옛애인, 못 찾으면 어떻고 다른 아가씨와 같이 사라졌으면 어때요.
힘 없이 침대에 걸터앉아 최대공약수 애인의 얼굴을 조각조각 떠올려 생각을 해봅니다. 얼굴을 조합해보니 어허...
우리집에 포도 딸 때 맨날 들러 택배 포도 실고 간 옥포동 용택이 아저씨 아들을 닮았네요
참 내...
이래서 일장춘몽이라 하는가 봅니다.
갑자기 허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옵니다.
늦게 김밥을 싸서 한 줄 썰어 먹어보니, 그것도 애들하고 먹을 때가 맛있지 혼자 먹으니 별맛 없어요
고스방은 제 여편네가 이렇게 허기지는 줄도 모르고 돈 번다고 아직 집에 안왔습니다.
날도 추운데...고만 들어오지..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