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북 케이스, 파우치
친정 조카 채은이는 해긋는짓이 날 많이 닮았다.
펠트를 사서 뭘 만든다고 바늘 들고 꼬메는걸 보면 영락없는 고모다 ㅎㅎ
친정에 가니 선머슴아같은 채은이가 넷북을 샀다고 자랑을 한다.
상민이가 쓰던 피엠피를 중학교 갔다고 줬더니 고장이 나서 수리비가 140,000원 나왔다며 그거 수리하는대신에 즈그아부지를 졸라 넷북을 샀다네.
케이스가 없이 그냥 옆구리 끼고 댕긴다며 즈그 엄마가 "형님 넷북 넣을 집 하나 만들어주세요"한다
그러고마 대답하고는 집에 와서 상민이 청바지 반바지 만든다고 잘라 놓은 천을 이용해서 만들었다
흠...마음에 든다.
짬짬히 파우치를 만들어놨다가 뜬금없이 선물을 하면 받는 사람이 좋아한다.
저녁 먹고 천 잘라서 종이 가방에 담고 회관에 가서 화투치는 할매들 뒷편에 앉아 바느질 하면서 이야기하다보면 긴긴 동짓달 밤이 스리슬쩍 넘어간다.
그제는 무슨 드라마를 보는데 바람난 첫째 아들이 처남 장가 가는 날 옛 애인이 약 먹고 병원 응급실에 있는데 갔다가 마누래한테 들키는 장면이 마지막으로 나왔다.
마누래는 한복 입은 채로 병원을 가고 남편은 약 먹은 애인 끌어 안고 있다가 들키는 장면인데...할매들이 난리다. 저 새끼 저건 이제 죽은 목심이여~~ 옆에 아지매도 병원에 들어서는 마누래를 보고 소리 지른다
"야이, 퍼뜩 가 퍼뜩.."
웃으며 티비보며 바이어스 다 둘러 모양을 바로잡으면 서울 할매 또 한 마디 하신다.
'으요, 이장은 그렇게 바쁘면서 그렁거 할 여개가 어딧노.."
"할매요, 저 안 바빠요. 그냥 바쁜 척` 할 뿐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