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1.
농협 조합장 선거가 오늘 있었다.
눈바람이 불어서 그렇지 날은 많이 풀렸다.
양철 처마 밑으로 고드름 녹아 흐르는 물이 비 오는 날 낙숫물처럼 뚜덕뚜덕 떨어졌다.
한 표라도 더 얻을라고 동네마다 드러 누운 노인까지 일으켜세워 투표함으로 몰고 간다.
지금은 한참 개표중이겠다.
심심 골때리는 이 골짝에 내일이 오면
<조합장이 누가 됐디야~>하는 인사가 골골이 흘러 넘치겠다
2.
초상집에서 거센 눈발 맞으며 술국을 끓이고도 멀쩡하던 몸이
무단히 감기 바이러스에 침투를 막지 못하고 골골 한다.
김천 가서 머리카락을 자르고 직행 버스를 기다리는데 대퇴부를 찌르르 소름 돋게 하며
바이러스가 내 몸으로 들어왔다. 번연히 알고서도 씨파, 당했다.
두 번이나 병원가서 노총각 백씨에게 엉덩이를 살짝 보여주며 주사를 맞았는데도
영 나을 기미가 없다. 유자차를 한 병 사와서 뜨거운 물에 타서 먹는다. 감기에 걸리면
식욕도 없어야 할 텐데, 이 망할놈의 식욕은 그대로다.
3.
상민이는 대구 미성복어에서 1달간 알바를 하기로 했다
가끔 그녀는 일이 고단함을 문자로 보내오는데.
<엄마, 미성복어가 생긴지 30년이 되었다는데 아직도 여기 못 와본 사람이 이렇게 많을줄이야@#$%!!>
<발바닥이 너무 아파 ㅠ.ㅠ 발맛사지 하고 이제 베개 위에 발 올려놓고 자려궁 엄마 잘자..>
이렇게 문자 보낸것을 아침에 확인하면 새로 한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참 고단한데도 그 놈의 돈이 뭔지.. 참아 내고 있다.
4.
영농교육을 시작으로 봄 맞을 준비를 한다.
아직도 골짝골짝에는 눈어 허언허니 쌓여 있고, 독골 가는 큰 길은 바닥이 반질반질 얼어있는데도
수런수런 농협 사무실 한켠에서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하는 사이사이에도 새 봄의 농사 이야기가
섞여 있고, 조합장 선거에 신협 이사장 선거, 머잖아 있을 자치단체장 선거까지, 맞물려 돌아가는 선거마당
예측이 또 마음 한 구석에서 풍선꽃을 피울게다.
5.
아들놈이 지원한 대학에서 슬슬 발표가 있기 시작한다.
한 군데는 합격을 햇는데 거긴 사립이라 부담이 크고, 문제는 국립에 넣은 원서가 척척 합격해 주면 좋으련만.
그러면 그동안 아부지한테 받은 시험 못본 괄시와 설움을 한방에 날릴 수 있을터인데.
걱정이 걱정을 낳지만 아들놈은 싹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하루하루 최대한 잘 놀고 있다.
오늘도 내 주머니를 털어 친구놈과 오랜만에 고기 먹으러 간다고 나갔다
6.
고스방은 일편단심 돈 버는 일에 매진을 하고 있다. 어제 저녁에는 벌이가 시원찮은가 저녁 먹으러 들어와서는 뭐씹은 인상을 하고 밥상을 쫘악 훑어 보더니 일주일 전에 사다 준 양배추반찬을 해 놓지 않았다고 궁시렁했다. 그러기나 말기나 나는 웃으며 내일 아침에는 꼭 당신이 원하는 반찬을 해 주겠노라고 얘기했다. 자고나면 고스방도 나도 다 잊어먹고 그냥 있던 반찬 급하게 먹고 일하러 나간다는걸 나는 잘 알지롱.
7.
아직은 좀 쉬어도 된다. 초조하게 마음 먹지 않아도 봄은 올 것이고, 시절이 되어야 못자리 상토며 비료, 농정자료들이 이장 업무 보관함에 착착 놓여질거다. 그걸 그 때 그 때 성심껏 하면 되는거야. 뭐가 걱정이지...그러나 팔자가 맹 오그랑바가치 팔자인가 이렇게 느긋하게 할 일 없이 있으면 허송세월인 듯 불안하다. 어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