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래미
어제 오후에 잠깐 대구 갔재요. 고등학교 동기 모임이 있어서. 점심 차려 드리고 치우고 영동가서 기차를 타고 동대구역에 내리니 모임 시간이 4시가 넘었어요. 마음이 바빠 택시를 타고 들안길 까지 갔어요
평통 보쌈에서 이년 만에 (작년 모임을 참석 못해서) 반가운 친구들을 만나요. 친구들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본바탕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얼굴 리모델링을 한 사람이 없구나 했지요.
결산 보고를 하고 회의를 하고 저녁을 먹습니다. 내 블로그에 와서 글을 읽는 란주는 나를 보더니 "나는 니 글의 행간을 읽는다"해서 웃었습니다. 그 말의 뜻을 나는 잘 알지요. 그 동무가 행간을 읽는다고 해서 부끄러울 것은 없습니다. 이미 나는 막사는 사람이니 ㅋㅋ
노래방까지 가서 노래도 한 곡 부르고 다른 친구들 노래 부르는 것도 듣고 하면서 잠깐 즐거운 시간을 가졌세요. 마음은 들안길 입구에 있는 상민이에게 온통 가 있습니다.
상민이가 일하는 미성복어는 평통보쌈집 아래쪽에 있지요. 7시 반쯤 엄마가 니한테 갈게 하고 문자를 보내놓으니 상민이가 급하게 문자찍어서 보냈어요. 손님들이 밀려 오고 있다고. 얼마나 많으면 밀려 온다는 표현을 쓸까..
사십분이 지나서 잰 걸음으로 걸어와 미성복어 본점까지 왔어요. 통유리로 안이 훤하게 보이는 이층 식당은 만원입니다. 식당 앞은 연신 차를 대고 즐겁게 식사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요. 바깥에 차 정리 하는 청년이 둘이나 있어 작은 전기 스토브 앞에서 기다리다가 차를 주차시키고 열쇠를 전봇대에 붙은 작은 통에가 걸어 놓더만요. 상민이 에게 엄마 식당 앞까지 왔다고 문자를 보내 놓고는 주차원들이 있는 곳에 서서 연신 내 눈은 통유리 너머로 서빙을 하고 있을 딸모습을 찾기 바쁩니다. 아래층에도 똑같이 상민이와 비슷하게 생긴 통통한 언니가 바쁘게 몸을 움직이고 이층에도 연신 빨간 스카프를 머리에 두른 아가씬지 아줌만지 왔다갔다 하네요. 먼발치이지만 언뜻 상민이 같이 생긴 아가씨가 보여요. 자세히 움직임을 살펴보니 상민이 맞습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살아 돌아 온들 이것보다 더 반가울까요. 상민이가 내 쪽으로 돌아보길 한참 기다리니까 나를 발견한 상민이가 손을 흔들어 줘요. 순간 코 끝이 찡해요. 즈그 엄마라꼬 반갑게 손을 흔드니.
밖에서 이층을 올려다 보는데 상민이는 몹시 바빠요. 반찬을 내리고 불판을 옮기고...뭘 잘라 주는지 한참 허리를 구부리고 또 허리를 펴고...그렇게 하다가도 창 가 쪽으로 써빙을 하게되면 또 내쪽으로 보고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듭니다. 나는 저절로 그까지는 듣기지도 않는데 "그래~~"하고 큰소리로 얘기해요. 주차요원이 보던말던...한참을 그러고 섰는데 도저히 바빠서 문 밖에 나와 볼 엄두도 못 낼것 같아 문자로, 바쁜데 엄마갈게...했더니 상민이가 바로 전화가 왔어요. "엄마, 그냥 가..." "응, 바쁜데 엄마 니가 쉬는 날 다시 올게" 하는데 어찌나 속에서 울컥 치받쳐 올라오던지 목소리가 떨려요. "엄마..나 울것 같아.."하면서 상민이가 웁니다. 엄마가 보고 싶었는데 거기 까지 와서도 지가 바빠 잠깐 나올 새도 없으니 울지 말고 일해..하면서 전화를 끊고 대구역으로 가려고 건너편으로 건너 오는데 어찌나 눈물이 쏟아지던지...울딸은 돈 번다고 보고 싶은 엄마 볼 새도 없이 일을 하는데 나는 모임에 늦었다고 택시를 타고 오지 않나...괜히 그런 것에다 원망을 퍼부면서 신호를 기다리면서도 울고. 버스를 기다리면서도 울고 그랬세요. 참내,
대구역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동인 파출소 앞에 내려서 대구역까지 걸어 갔어요. 시간도 많이 남았지만 버스 타는 것도 미안하드라고요 상민이 한테. 대구역 계단 올라 가는데 고스방이 전화를 했어요 상민이 만나 봤냐면서. 어이구 내편을 만났다 싶어서인지 엉엉...상민이가..엉엉...내가 집에 간다니가 흑흑.. 고스방이 고만 지금 오지 말고 상민이하고 오늘밤 같이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오라고 하네. 어찌나 고맙던지...내가 전화기에 대고 절을 꾸벅하면서 고마워요 고마워요 소릴 두번이나 했네. 연신 훌쩍거리다가 전화 한통에 급방긋모드로 전환입니다. 막 뛰어가서 기차표 물르고 우느라 정신없어 전철 타는 곳이 어딘지도 몰라 이리저리 헤매다가 뒷편으로 내려가니 전철 타는 곳이 있어요. 전철을 타고 반월당 역에 내려 환승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세요.
한참을 서 있으니 열차 들어 올 시간이 됐는가 뒤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이 내 앞으로 오기에 나는 그 두 사람 뒤에 줄을 섰습니다. 나란히 서 있던 아지매 둘이서 이야기를 하다가 앞에 선 사람이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순간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인듯 자시 봐요 그래 속으로 나도 아는 사람인가..싶어 봤어요. 그랬더니 그 아지매가 "혹시..황간에 사는 블로그 하는 분 아니신가요? "하고 물어요. 깜짝놀랬어요 "맞어요"해놓고 전철이 들어와서 같이 나란히 앉았습니다. 자기는 블로그에 와서 글만 읽고 가는 사람이라고. 블로그 한 동안 닫아 놓았을 때는 정말로 어디가 아픈가하고 걱정이되더라고...해맑은 아줌마가 너무 신기한 듯이 이야기를 합니다.
블로그에 사진을 보고 실물을 졸창지간 대했을때 사진과 실물을 매치 시키는 일은 여간 눈썰미가 아니면 어렵지요. 그리고 며칠 전에 내가 머리를 짧게 잘랐거등요. 나란히 앉아 서너정거장 가는 동안 둘이서 서로 신기한 듯 이야기를 햇습니다.
아지매 이렇게 만났으니 그 인연이 깊은가봐요. 반가왔어요. 그리고 고맙습니다. (아! 겉으로는 이렇게 말을 하지만 속으로는 <아아, 이제 큰일났군, 애인과 칠랄레 팔랄레 돌아다닐 수 있는 시절은 끝났어!>ㅎㅎㅎㅎ)
친정집으로 가니 엄마 아부지가 반갑게 맞아 줍니다. 동생내외와 조카들은 모두 용평으로 스키타러 가고 없고 집이 조용했어요. 엄마랑 아부지랑 빵 먹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가 12시 상민이 퇴근 시간이 되서 자전거를 타고 마중을 나갔재요. 맥주집 하바나 앞에 신호대를 건너니까 상민이가 자전거를 타고 와요. 우와..나는 딸을 보고 손을 흔들고 상민이는 아까의 울음 섞인 소리와는 달리 "엄마!" 하면서 활짝 웃어요.
집에 같이 와서 딸 발을 주물러 주고 상민이는 간식으로 주는 산도를 엄마 주려고 안 먹고 가져왔다고 주머니에서 내줍니다.즈그 엄마가 과자를 엄청 좋아하니까. 나는 집에 들어갈 때 사 놓은 조각 케익을 줬어요. 우와 이렇게 비싼것을...평상시 그게 먹고 싶다고 얘길 자주 했거등요."나는 이런거 살려면 손 떨려 못 사먹어." 하며 상민이가 케잌을 포크에 떠서 할아버지 할머니, 나..골고루 입에 넣어 줍니다. 이렇게 같이만 있어도 좋은 걸...
한숨이나 잤나, 세시까지 잠이 들지 않아 꼬물딱 거리다가 깜박 잠이 들었나봐요. 다섯시반 알람 소리를 듣고
상민이가 날 깨워요. 일어나 옷을 주워입고 양치만 하고 나옵니다. 아침기차가 6시 35분에 있으니 서둘러 나가야하지요. 종종 걸음으로 소방서까지 걸어나오니 뒤에서 누가 불러요. 상민이가 반팔티에 오바만 입고 쫒아 나옵니다. 뭐 이래 멀리 왔노...하면서 날 바래다 주러 나왔다고. 나는 춥다고 그냥 가라하고 상민이는 괘안타며 버스정류장까지 따라오고..
한참을 기다리니 814번 버스가 왔어요 내가 올라 타고 창 밖으로 손을 흔들며 어여 들어가 했지요. 상민이 보일때까지는 웃었는데 싹 지나가자 의자에 앉기도 전에 또 눈물이 핑돕니다. 울보탱이래요
기차에 올라타서 시간을 볼래니 상민이 문자가 들어와 있습니다.
"엄마 나 집에 들어왔어. 조심해서 집에가.."하며.
훗날,
이것도 웃으며 이야기 할 날이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