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주 동맹 여편네

불로막걸리

황금횃대 2010. 2. 28. 16:41

초등학교 졸업하고 뺑뺑이 돌려 은행같은 알맹이를 받아 들면 내가 가는 중학교가 정해졌다, 일명 뺑뺑이 세대. 제일여중에 진학하여 있는 동 없는 동 공부하고 놀며 지냈다. 학교 골목길을 내려와 큰길을 건너면 향교가 있었다. 그 땐 향교가 뭔지도 몰랐지. 109번 버스 타러 가는 길에 목을 늘어 뜨리고 보면 향교 지붕이 우뚝 올려다 보였다. 중학교 미술시간에 창문 너머로 보이는 향교 지붕 그리다 두 시간이 다 간 적이있다. 붉은 기둥과 기와를 수채화로 표현하였는데 무척 마음에 들었다. 눈 감으면 아직도 그 때 그린 지붕 꼬리가 하늘을 향해 가뿐한 비상을 하던 각도와 갈색물감에 붓으로 농도를 조절하던 진지한 내가 보인다.

 

대구를 떠나고 실로 십수년 만에 봉산동 학교를 찾았다. 학교는 이미 많이 변했고 길건너 골목길에 자리 잡은 불로 막걸리집을 찾아 갔다. 불로막걸리 잔술을 파는 곳, 주인 할매가 부뚜막에 올라 앉아 도루미기(도루묵)를 구워 술안주로 내 보냈다

불로 막걸리 한 잔에 구운 도루미기 한 마리. 이는 위화의 소설 허삼관매혈기에 나오는 돼지간볶음과 황주 두 냥과 닮았다.

놋그륵이였던가 스뎅그륵이였던가, 환갑 바라보는 아재비와 마주 앉았다. 구부 능선에서 찰랑거리는 막걸리 사발을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며 그의 개똥처락을 건져 낸다.

"아재, 그라이까네 갤론이 뭐요? "

"으흐흐허 인생에, 결론이 어딧노? 그냥 이렇게 만내서 한 잔 덴지자는거지"

한 잔이 두 잔되고 두 잔이 석 잔 되는, 그게 인생이지, 꽃만 점층으로 핀다더냐? 술 잔도 점층으로 핀단다. 한 잔, 두 잔, 석 잔..그리고....

 

아직도 그 할마이 부뚜막에 낼름 올라 앉아 도루미기를 굽는가, 술주전자를 벗어던진 잔 술은  그와 나의 입술에서 꽃으로 피어 목구멍으로 꿀물처럼 넘어가는가...아리랑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