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주 동맹 여편네

아침에 전하는 소식

황금횃대 2010. 3. 15. 08:30

 

 

 

식은밥 남은걸 맹물을 붓고 폭폭 삶아 푹 퍼진 물밥 한 그릇을 훌훌 먹었다.

뜨거운 밥을 먹으니 비 오는 아침에 등때기에 땀이 찔찔 난다.

아침은 이렇게 뜨겁게 시작하는데 점심 때 나는 어떤 온도로 식어 있을끄나.

 

아들을 하숙 보내고 첨으로 아들 없는 주말을 보냈다.

밭에 일 시켜야하는데 그걸 못해서 그런가 고스방은 내내 아들 보고 싶다는 말을 달고 다녔다

거기다 어제밤은 내가 딸래미 방에서 잠이 드는 바람에 혼자 자고 일어 났다.

여섯시쯤 깨서 내가 자는 방에 와서는 입이 댓발 나와서 깨운다.

어쩌라구...하며 같이 입 내밀 필요는 없다. 저정도의 고독은 똥 누고 세수하고 머리 감으면 해소가 되는 것이니까

 

아! 해소가 되겠거니 했는데 밥상에서 살짝 투정이다

김치도 짜고, 내가 좋아하는 어묵 볶음도 짜고, 깻잎 담은 것도 짜고, 삼치 조림도 짜고..짜고, 짜고.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뎁쇼? 내가 고난이도 썰렁 멘트 한 마디 하려다 말았다. 대신 김치찌개를 떠 주면서 이것도 짠가요? 하고 [상냥]하게 물었다. 짜고,짜고,를 나열하는 사이 그의 고독은 해소가 되었나보다 김치찌개는[안 짜다]한다. 그럼 됐슈.

 

잦다,잦다 하니 사정없이 잦다, 봄비가.

삭은 양철 지붕은 맨날 젖어 있고, 낙숫물 떨어져 패인 세맨바닥이 오늘 따라 유난 더 깊어보인다. 내 시름이 큰 탓인가.

며칠 뒤면 고스방의 생일이다.

생일 날 뭘 먹고 싶냐고 물으니 요즘 같은 어려운 시기에 생일은 무신 생일...하고 눙깔을 희뜨며 무질러 말한다.

그러면 단순무식 여편네는 생일상 안 차려도 되는갑다...싶어서 속으로 헤헤한다.

어제는 뜬금없이 고스방이 약밥이 먹고 싶다고 한다. 지나가는 말로 슬쩍 했기 때문에 헤헤하는 낯빛으로 지내다가는 놓치기 쉽다

그게 바로 멍석 깔아 놓았을 때는 말 못했던 [생일날 먹고 싶은 것] 중에 하나이다. 그런걸 잘 기억해 두었다가 생일상에 올려 주어야한다. 그게 현모양처이다. ㅋㅋㅋ

 

아들놈은 어제 하숙집에서 제 손으로 세탁기를 돌리는데 언제 피죤을 넣어야 하는지를 전화로 물어본다.

마지막 헹굼 때 넣는 것이라고 말해주니 마지막 헹굼이 또 언제냐고 묻는다.

마지막 헹굼을 전화로 설명하기란 참말로 어렵다. 그래서 그러지말고 퍼지자동세탁으로 놓아두고 탈수가 다 되서 세탁이 끝나면 다시 헹굼 한 번, 탈수 한 번으로 설정을하고 그 때 섬유유연제를 넣으라고 말을 해준다. 이제 하나씩, 하나씩, 생활을 배워야하는 하숙생 아들놈.

 

어제는 밭에 가서 비닐 멀칭을 벗겨 냈다. 밭이랑에 냉이가 새파랗게 올라온다. 몇 날 지나지 않으면 그것도 쇠서 못 먹는다

한오큼 캐와서 다듬어 냉이국을 끓인다. 머잖아 사방에서 꽃들 터지는 소리 들릴게구 농부의 바짓가랑이에선

돌.개.바.람.이 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