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에 쓰는 편지
1.
오늘은 편지 몇 장 써야지..그 동안 너무 뜸했어. 이렇게 마음 먹고 방바닥에 있는 잡지책을 펼치니 [유니크 패션 디자이너]라는 지면에 왜 놈이 빤스바람으로 이렇게 입고 찍은 사진이 있네. 그려놓고 보니 울 아덜놈 풍신이여. 딸래미에게
"병조 닮았지, 병조 닮았지, 그지?"하고 물었더니 딸래미 왈,
"쯧쯧..드뎌 부부가 같은 병을 앓쿠먼.."하네
2.
아침 설거지하고 앉았으니 먼데서 육십 바라보는 사내가 인생상담 전화를 걸어왔다. 젠장, 나도 사는게 정답이 안 보이는데 자기는 지금 [빼도박도 못하는]처지라고 신세 한탄을 한다. 나는 열심히 조언(이랍시고)을 나즉한 음성으로 얘기 한다. 옆에서 자고 있는 딸래미가 시끄럽다고 할까바 나즉나즉 이야기했는데, 그는 내가 뭔가 심오한 생각이 있어 그렇게 말하는 줄 알았겠지. 심오라뉘 개뿔.
3.
이렇게 나는 남의 인생에 슬쩍 끼어 들어 눈먼 장님 길 인도를 조자룡 헌 칼 쓰듯 내둘러쌌는데 그나마 다행인건 그런 날라리 조언을 고견으로 들어주는 친구들이 고맙다는거지. 가끔은 내 이야기대로 했더니 먹히더라는거야. 아이고~~ 경사났네!
4.
제일여상 동창 카페에 가끔 글 쓰는데 12년 선배가 답글 달면서 자신은 모동면 반계리에 산다는거야. [네이년 지도]에서 위성사진 검색 해보니 15킬로미터 떨어진 곳. 나으 애마 스쿠터를 타고 가면 삼십분이면 가겠네.
날 따새지면 도전해 보려고 해. 스쿠터 타고 道`경계를 넘어 가는 일, 설레는 일이지 우후훗!
5.
한동안 rotring pen을 안 썼더니 필체 엉망이군
오늘은 아침부터 정신없이 뛰어 다녔다. 일이란 늘 한꺼번에 빵` 터져주어서 나른한 세포들에게 일일이 노크를 하며 긴장감을 일깨우기도 하지.
답장이 늦었네 친구야. 편지와 핸드폰게이스로 알고 열어 본 그 속에 반짝반짝한게 가득 들어 있어서 따봉!이였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