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오늘

황금횃대 2010. 3. 20. 21:09

토닥토닥토닥토닥...

이건 딸년 궁뎅이 두드리는 소리가 아니다. 아들이 피시를 가져가는 바람에 새로 산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소리다.

모처럼 햇님 나와서 밭에 가 일 좀 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황사, 바람, 빗방울 삼종 세트가 배달되었다.

그래서 당근, 딸래미와 크림스파게티 만들어서 낮에는 신나게 배를 채웠다. 저번에 서울 갔을 때 스파게티 시켜줘서 먹었는데 옴팡지게 비쌌다. 재료비래야 꼴란 휘핑크림이나 조금 비쌀까 그리 비쌀 이유가 없겠는데 말라꼬 그렇게 비싸게 받아 먹는지 모르겠다. 비싸면 양인따나 좀 낫게 주지 겨우 시젓가락 젓어 올리면 접시바닥이 보여 포크로 접시바닥 긁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내가 다음이라도 파스타 집에 끼니 해결하러 가면  성을 간다고 속으로 생각했다. 집에서 만들어 먹으니 넓다란 접시에 수북하게 담아 온 가족이 나눠 먹어도 된다. 어머님, 아버님도 참 잘 드신다. (보통 노인들은 이런거 싫어하시는뎅 ㅎㅎ)

 

상민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생머리 그대로였다. 어마이가 멋을 부릴 줄 모르니 딸래미는 콩고물로 떨어지는 파마도 한 번 못해봤다. 은근히 저도 지금 상태가 지겨워지나보다. 친구들은 이제 화장중독이 되었네 어쩌네 하며 애써 알바한 돈으로 팩트를 외제화장품으로 사는데 기만원의 돈을 지불하는 것보고는 기얌을 하였다. 이러니 색조화장품을 살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고 그저 제 피부에 맞는 기초 화장품 정도만 사고 있다. 그러나 슬슬 위기감도 생기겠지. 킬힐은 고사하고 구두도 안 신어봤지, 스커트는 고등학교 교복 이후로 땡이지, 나중에 취직이라도 하게되면 외모중시 사회에 살아 남을 수가 있냔 말이다. 오늘 종일 인터넷으로 각종 미용실을 돌아다니며 스타일을 연구하지만 뾰죽한 수가 없는 모양이다. 이때 내가 십만원쯤 주면서 가서 머리모양 바꾸는데 이 돈으로 가서 해..하면 얼마나 좋을까. 기실 상민이는 알바 한 돈으로 육개월 용돈을 해야하기 때문에 여유라고는 손톱만치도 없다. 그거 있다고 나한테 손 내밀지 않고 손톱여물을 썰며 살고 있다. 내가 봐도 딸은 절약의 고수다.

 

슬슬 뭣인지 모르지만 속이 답답해지고 있다. 겨울도 아니고 완연 봄도 아닌 이 어중간한 계절이 나는 싫다. 이맘 때면 늘 도지는 병이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뭣이든 뒤로 미뤄놓고 나른하니 게으른 하품만 연거푸 뽑아낸다. 짜증도 나고 .. 홧병인가? 헐. 고스방 손잡고 여행이라도 좀 다녀오면 좋겠는데 고스방은 생활고에 잔뜩 찌들려 그런 생각을 못하고 있다. 아니 생각은 해도 스스로에게 욕구억제제를 투여하여 눌러놓고 있다. 그게 눈에 보인다. 그걸 보상하고자 고스방은 어제 하나로 마트에서 특유의 보상심리를 발휘하여 풀대가리만 팔만원어치를 카트에 담았다. 카드 긁을 때 설핏 후회의 눈길을 서명하는 내 손길 우에 꽂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