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음
나는 오카리나를 배우기 시작했다.
월요일 저녁 아홉시에 저녁 먹고 어슬렁어슬렁 나타난 아지매들과 면민회관 2층에서 강사새임과 같이 박자에 맞춰 오카리나 운지법과 노래를 연주한다. 가뜩하나 관절인 손가락에 힘을 빡세게 주며 흙피리를 부여잡고 피리 구멍을 이리저리 정신없이 막았다 뗐다하는데 천천히 갈때는 좀 따라가겠등만 박자가 빨라지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청맹과니처럼 앉아서 잘 하는 사람의 입수구리만 쳐다 볼 밖에.
그래도 옛날 정선형님이 내가 힘들어 할 때 숲속 사진과 오카리나의 맑고 높은 음을 동영상으로 보내주었는데
연주솜씨가 일품이였다. 나도 그렇게 잘 할 날 있을랑가? 하는 의문을 품기전에 나는 오늘도 구멍 속으로 침을 질질 흘려보내며 오카리나 연습을 한다. 엘토 흙피리라 개앰치에 넣어 다니며 연습하기는 어렵겠고..
이제 포도밭에서 일하다가 힘들면 한 곡씩 계명 적어가서 흙피리 연습을 하겠지. 그럼 주변의 밭에서 일하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이럴겨...으이고 저누무 여편네 응가이도 일하기 싫은가베..ㅋㅋㅋ
또 하나 다시 시작한게 있다면 탁구.
츠자적에야 회사 아저씨하고 총각들하고 맨날 공장 앞 탁구장에 가서 탁구 열심히 쳤재. 근데 그 때는 기본 폼이고 뭐 이런거 없이 걍 공만 넘기는 재미로 무조건 치고박고 수준의 탁구를 쳤고, 그제부터는 초등학교 강당에서 생활체육으로 하는 탁구클럽에 가입을 하고 시작했는데 동네 삼촌들은 삽십 년전 총각들하고 틀려브러. 그냥 폼이 엉성하다고 손잡고 기본을 얼매나 침튀기며 열심히 갈채주는지... 그 정성에 감복해서 어제는 자동탁구공 기계 앞에서 사십분 정도 폼 연습만 했네 재미있어. 내 몸이 굳을 대로 굳어서 공 따라가기가 쪼매 힘들지만..열심히 하면 나아지겠지.
이렇게 삼월이 어물쩡 넘어가려는 싯점에서 새로운 것을 시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