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10. 4. 8. 19:45

콘테이너 경로당에서 마산리 주민들은 여태 지냈는데 작년 부터는 쥐새끼조차 회관 건물을 우습게 보기 시작하고는 부엌이고 다용도실이고 마구 돌아다녔다. 밤송이를 주워와 쥐구멍을 막는다, 찍찍이를 놓는다 하며 새끼 쥐부터 큰 쥐까지 몇 마리나 잡았는데도 불구하고 어떨땐 천장 형광등 전선줄 빠져 나오는데도 물어 뜯은 흔적을 보이니 과연 쥐새끼가 요즘은 겁대가리를 상실하고 사람을 우습게 보는 듯 하다.

 

하여 작년에 조리장사 쟁빚을 내서라도 회관 건물 부지를 마련하고, 수 차례의 회의 끝에 막대금을 지불하고는 등기를 마을회로 넘겼다. 이제 군청에 경로당 신축 신청을 하는 일. 그것도 해가 바뀌자 서둘러서 신청을 하고는 드뎌 경로당 신축 사업 승인이 났다.

 

이제 봄볕 아래 나는 집을 한 채 지어야 한다. 어제는 경계측량을 하고 오늘은 건축설계 사무실에 설계 의뢰를 하였다. 내 꿈이 건축설계사 아니였던가. 자금줄까지 확보된 나는 혼자 신이 났다. 집에서 이면지에다 수십개의 네모를 그려 놓고는 방과 화장실, 주방과 거실을 이리저리 배치를 한다. 현관도 그야말로 경로당 삘이 팍팍 나게 하지 말고 약간 표정있는 현관을 설계하고, 거실도 통창으로 배치를 해 본다. 현관 앞에 놓을 화분과 주방 뒤안에 만들어 넣을 가마솥 걸릴 아궁이도 옵션으로 살짝 그려넣는다. 재미있다.

 

아침 나절에 포도밭에 가서 그제 줍다 남은 포도나무 가지를 오늘 마무리 지어 묶어 내고 점심 먹고는 마을 자랑비 옆에 지저분한 밭을 정비를 하고 흙을 한 차 받아서 꽃동산을 꾸밀 계획을 세운다. 동네 아줌마들이 부역 한다고 나와서 삽과 괭이로 돌을 골라내서 꽃밭담장을 나즈막히 둘러쳤다. 이 동네 남자들은 다들 어디갔는가. ㅎㅎ

 

늦게 군청 들러 마을등록증 발급받아 설계사무실 가서 설계의뢰 계약을 하고 오다. 토닥토닥 봄볕이 어깨 우에 떨어지는 시간, 나는 벌써 모가지가 검게 타기 시작한다. 집 한 채 짓자면 걷어 부친 팔뚝에 볕끄을음이 턱턱 갈라지도록 내려 앉아야 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