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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목숨, 다녀 가다

황금횃대 2010. 8. 9. 08:48

일산, 호수 공원 옆 요양원에 작은 시누형님은 아모 삶의 의지도 없이 누워만, 있었다.

그런 동생을 보자 마자 큰 시누이는 말보다 눈물이 먼저 떨어졌다.

"야이, 왜 이렇게 누워있냐 눈 좀 떠봐"

흔드는 손길을 느꼈는가 먼 허공에 촛점도 없는 눈길을 보내며 형님이 눈을 떴다.

흔든들, 굳어가는 팔을 주물어준들 그녀는 아무 것도 모른다.

[죽지 못해 살어~]

큰 딸과 통화를 하며 작은 형님은 유선 위에 유언같은 말을 흘려 보내고는 삶을 놓았다.

건드리면 찡그리고 자극에 반응하는 생체는 그대로인데 삶의 의지를 스스로 놓아 버린 형님을 우린 물끄러미 바라본다.

관절 수술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선지 무릎을 곧게 펴지 않는다.

형님은 지금 강을 건너는걸까. 적응할 시간 조차 가지지 않은 인공관절을 낯설어하며

허우적허우적 어느 강을 건너는걸까.

눈은 감겼다 다시 떠지고 또 스르륵 무너지듯 내려앉는다.

 

병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문자가 온다

누군가가 영동과 황간 구간을 지나가다가 안부를 했다.

번호가 낯설고 엘리베이터 공간이 늘 어색하고 숨막히는 나는 답장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전화를 받는다 철수아저씨다.

 

그랬구나, 상행 기차에 내가 발자욱을 옮길 때 그는 경부하행 노선에서 서성거렸다.

담배를 피우고 휴게소에서 커피를 한 잔 빼먹으며 영동에서 무주 적상을 거쳐 마지막 숙제가 남았다는 듯 내게 전화를 했다, 황간.

4년 전이던가 5년 전이던가  평택 산지촌 고등어조림 집에서 우린 새벽을 걸었다. 식당 옆 작은 저수지에 물안개가 피어나고

밤새도록 색스폰 소리가 천장 높은 집에 애절허게 흘렀다. 그런거저런거 다 빼고. 그는 내게 글 쓰는 소질이 있다고 공부를 해보라고 했다.

그 땐 나도 아무거나 뎀비기만 하면 척척 이루어질 것 같은 몹쓸 허세가 있어 쉽게 그에게 그러고마라고 약속을 했다.

 

간간, 잊을라허면 전화 한 통 하는 것으로 세월의 폭을 가늠했다. 그는 여전히 현장에서 벽을 깨고 오함마 옆에서 낮잠을 잤다.

한 때는 밥장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늘 길 우에 있었다.

 

식어가는 소머리 국밥에 소금간을 하고는 이야기를 한다. 손짓 발짓 몸부림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는 배가 고픈게 아니고 그냥 말이 고팠나보다

어느 순간 혼자 술 마시는게 처량하다는 느낌이 오길래 술을 끊었단다, 에이 그래도 한 잔은 허셔야지. 그에게 한 잔 따루고 나머지는 내가 마셨다.

식당을 딱 나오는데 고스방 차가 문 앞에 있다. olle! 이 양반은 여편네 냄새를 기막히게도 잘 맡는다. 서울에서 도착하자마자 어머님께 인사만 하고 나왔다

물론 집에는 고스방이 없었다. 나는 이제 프로라, 서방에게 외간 남자와 같이 있는 풍경을 적발 당해도 놀라지 않는다.

철수아저씨도 노가다꾼답게 히죽, 환한 웃음과 인사를 날린다. 고스방의 인상이 떨뜨르르름해진다. 떫은감이 나오는 시절도 아니건만.

 

나와서 다시 호프집에 들러 2차를 한다. 도서관의 딸을 불러 철수아저씨와 같이 이야기한다.

굽네치킨이 까무잡잡하게 소스목욕을 하고 나온다. 맥주는 내가 마시고 치킨은 딸이 먹고 돈은 철수아저씨가 낸다.

팔년의 시간이 흘렀네 우리가 알고 지낸지.. 팔년 동안 기껏 두 번 밖에 안 만났지만 우리의 이야기는 어제저녁 그와 내가 막걸리 거하게 먹고 헤어지고

오늘 또 만나 해장술하는 기분이지. 상민이도 철수 아저씨와 금방 친해졌다.

 

우리가 이렇게 친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고스방은 혼자 끙끙 알 스는 소릴 내며 등 돌리고 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