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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다시 읽기

황금횃대 2010. 8. 14. 22:12

 

 

 

가난한 통장을 후벼파서 혼불 전권을 구입했다. 여기저기 헌책방에서 이권, 저권 구하려다 일괄 전권이 나온게 있어 오만오천원을 주고 샀다

책주인과 통화하는 동안 목소리가 예쁜 그 여자는 책 일권이 상태가 좀 안 좋다는 언질을 준다. 괘안타고 했다. 아침에 용택이 아저씨네 막네 아들이 택배차를 몰고와서 책박스를 전해준다. 열권이 다섯권씩 나눠져서 깜장 봉다리에 싸여 박스포장이 되어 왔다. 책 잘 읽으라느니, 인사라느니 아모 멘트도 없다. 허기사 헌 책을 사면서 무얼 기대하는걸까

책 윗부분에는 깨비책방이라는 스템프가 전화번호와 함께 찍혔다. 이런 것도 정겹다.

 

책을 읽기 위해 먼저 방청소를 깨끗히 하였다. 이방, 저방, 마루까지 쓸고 닦고 제자리 갖다 놓기를 했다. 이방 저방을 열 여섯번도 더 왔다갔다했다. 땀이 나고 샤워를 하며 방정리하면서 나온 구질구질한 빨랫감을 세탁기에 던졌다. 그거까지 다 헹궈 널고 책을 읽을까하다가 돌아가는 소리만 듣기로 하고 방으로 왔다.

귀신 떡당새기 같은 방이 훤하다. 이렇게 치워놔야 낼 아침까지나 갈까. 생은 이런 자잘한 것들을 옮기고 씻고 닦고 하는걸로 다아 조지는것 같다.

 

우선 최명희란 이름을 소리내어 발음해본다. 그녀가 내 가슴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가슴으로 책을 읽어야지. 처음 읽을 때는 책도 빌려 읽었거니와 문장이 나를 마구 끌어 당겨 정신이 없었다. 이젠 냠냠 짭짭 맛있게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