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10. 11. 4. 20:59

나야말로 밥 짓는 여자다.

시집 와서 삼시 세끼를 집구석에서만 먹는 사람들과 살았다.

어떨 땐 밥상만 하루에 열번쯤 차렸다.

모자란 반찬을 어떻게 찢어발기며 상을 차렸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맛난 반찬이 조금 남았으면 어머님은 우리가 먹는 상에서 그 반찬을 내려놓으며

이건 나중에 상에 올리라고 말씀을 하신다.그러니까 어머님과 내가 먹기 위해

차린 밥상은 상이 아니다.

바깥에 나가 돈 버는 사람이 먹는 상이 진짜 밥상인게다

그러나 그런 세월도 이젠 많이 줄어들었다.

이젠 하루에 대여섯번만 차리면 된다.

그것도 가끔은 동네일 때문에 한 두번 빼먹기도 한다.

 

이즈음 부엌에 들어가기가 싫다

시고모님이 와서 부엌살림하기가 죽기보다 싫다고 말씀하실 때

나는 그게 왜 싫은가 하였는데 그 땐 젊어서 그걸 이해 못했다.

누군가가 내가 만든 음식을 너무 잘 먹으면 신경질 난다. 또 그걸 만들러 부엌에 들어가야하기 때문에 ㅎㅎㅎ

그래서 한 번에 다 먹어 치우는 요리는 잘 안 한다.

해물누룽지탕, 잡채, 닭볶음탕, 부추잡채, 고추잡채, 골뱅이소면...뭐 이런 음식은 잘 안 만든다.

대신에 몇 끼쯤 너끈히 버텨주는 닭개장, 가죽장아찌무침, 무장아찌, 깻잎김치, 고들빼기, 딸랑무김치..

이렇게 나트륨끼가 철철 넘쳐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밥상을 차린다.

울 딸이 하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김치는 반찬가지 수에 들지 않으므로 이건 영첩반상임!

 

사람이 늙는 다는 것은 부엌걸음이 싫어지면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