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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황금횃대 2010. 12. 4. 20:01

 

 

어둑어둑어둑어둑 땅거미 이미 내리고

어두워져 그들의 피부색이랑 주변의 색이 분간이 안 갈 무렵에 씨엠립 공항에 내렸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6번 도로가에 새로지은 건물이다.

손바닥만한 기와들이 가지런히 놓인 붉은 지붕들.

5층 구석방에 들어 신발을 벗는다.

 

뜨거운 여름 날,

포도밭에 퍼대지고 앉아 하늘 쳐다볼 때

하얀 연기구름을 담뽁담뽁 내놓으며 은빛으로 날아가던 몹쓸동경 비행기를

허리 아프게 탔으니 그것만으로 행복지수는 최고점!

 

집을 잊는다.

야자나무 그늘 크기를 생각하며

 

 

 

여행가기 전 날,

바쁘게 가방을 빌리고 여름옷을 새삼 꺼내면서

두 종류의 책을 꺼내놓다

 

도올샘의 앙코르와트.월남가다 두 권과

혼불 세 권.

여행가방의 지퍼를 올리며 도올샘의 책 두권은 빼놓는다.

 

 

 

부채, 원 달러

손톱깎기 원 달러

팔찌 원 달러

모든 공예품은 1달러로 통했다.

1달러짜리가 없으면 천원도 마구 통한다

 

팜트리 나무에 얽힌 슬프고 잔혹한 이야기를 가이드에게서 듣는다

젊은 가이드는 캄보디아에 온지 이제 오 년이 다 되어간단다.

조성모를 닮은 저 매꼬롬한 청년이 여기까지 오게 된 사연을

아무도 묻지 않는다.

 

 

 

 

 

 

 

 

자, 자,

이런 모오든 믿을 수 없는 일들을 사람들이 다 했단다

 

 

 

그들의 후손 중 한 여인이

흐르는 땀을 식히며 문지방에 섰다

드물게 엉덩이가 팡팡하다.

 

우리가 움직이는 어느 곳이든 그들은 따라붙었다.

차창을 두드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구슬 팔찌와 진주 목걸이

나이롱 해먹을 사라고 외쳤다.

버스 시동이 걸리면 그 모든 것을 다 합쳐  1 달러라고 외쳤다.

 

 

 

 

사원과 뿌리가 공생한다.

사람들은 사진만 찍을 뿐,

남는 것은 사진 뿐.

 

 

 

 

어딜 가나 한국사람들이 넘친다

여기가 이역 만리 땅이 아니고

황간 장날 장터에서 만난 사람들 같다.

비슷한 감탄사

비슷한 탄식

혹간, 쌀밥에 섞인 콩처럼 외국인들이 있다.

 

 

물 위에서 떠밀리며 사는 다른 생을 본다

관광배와 생존배를 넘나들며 음료수를 파는 여식애들을 보며

나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배 옆구리 난간을 공처럼 튀어 올라 넘어 오는 아이들이

물을 뒤집어쓰며 에미의 말라붙은 젖꼭지를 물고 있던 갖난 아이들이

울컥,

 

 

 

그들의 생이 고단하든 어쨌던

여행자의 발바닥이 저 노을빛처럼 화닥거리든

하루, 이틀의 해가 넘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