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10. 12. 13. 20:17

이불 속케 뜯어 옥상에서 내삐리는 것처럼 아침에는 눈이 척,척, 왔다

비하고 같이 왔으니망정이지 눈만 내렸다면 숼찮히 쌓였을게다

어제 고스방과 같이 익산 하숙방으로가서 보리껍데기 아들놈 병조를 데리고 왔다

하숙집 할머니는 이장님 오셨다고 반가히 맞아주신다

신학기 시작되어 아들놈을 메기콧구멍만한 방에 떼놓고 올 때, 천지가 무너질 듯 울던 고스방도 이젠 더이상 울지 않는다

일 년도 채 안 된 살림살이를 고스방 택시에 실으니 뒷자석엔 겨우사람 한 앉을 틈밖에 안 나온다

슈퍼타이 한 통도 채 쓰지 않았고, 생수병에 덜어간 섬유유연제도 남았다.

우산도 세 개나 되고, 신발은 여덟켤레나 된다. 공부는 안하고 신발 신기만 했나?

 

좁은 마루에 짐을 부려놓으니 책하고 하나가득이다.

어제 저녁 내도록 짐 정리를 하고 이불이며 옷가지들은 오늘 하루 종일 세탁기가 끌어 안고 돌아간다.

비는 내리고 빨래는 방안으로 몰려와 좁은 집구석이 더욱 좁아 보인다.

 

무슨 숙제가 남은 양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마음이 개운치를 않다.

숙제가 있기는 하지, 그동안 따스한 눈길로 이쪽을 바라보아 주었던 인연들에게 보낼 연말 인사

그렇다고 문자 한 통 보내는 걸로 메우기는 싫고.

 

슬슬 먹을 갈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