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놈이 돌아왔다
손자, 병조가 돌아왔다.
학기 중 한번씩 집에 들렀다 다시 하숙집으로 갈 때면
보리껍데기 손자놈이 안타까와 어머님은 쇼파위에 무릎 구부리고 올라 앉아 창밖을 내다보며 애닯아하셨다
다시 안 올것도 아닌데 어머님은 그리하셨다.
입 안에 혀같은 살살이봉 병조는 할머니에게 돌아오자마자 특급식구가 되었다
매끼니마다 어머님은 손자놈에게 별난 음식을 만들어 주라고 종용을 하신다.
먹는 밥상에 숟갈 하나 더 얹어 같이 먹으면 되었지 왠 별난 대우?
나는 조금 심사가 뒤틀려 한 가지 더 할 반찬도 고만 뭉개버리고 일식 삼찬만 있으면 되얐지 하며
얄궂은 고집을 피운다.
어제는 손자가 냉동실을 뒤져 마른 오징어를 찾다가 그게 없으니 제사지내고 모아 놓은 문어다리 오려 놓은 것을 발견하고는 석쇠에 구워 먹으니
"그 삐쩍 마른 것을 구워 먹고 있다"며 어머님의 표정은 손자놈 불쌍 모드로 급 변경이 되었다.
결국 오늘 어머님 약 타러 김천 병원을 갔다오니 병조가 컴퓨터를 하다가 다리몽뎅이를 달달 떨면서 얘기한다
"엄마, 할머니가 통닭 시켜주셨다? 내가 별로 안 먹고 싶다고 했는데도 막무가내로 시켜주셔. 할머니가 통닭 드시고 싶은가바"
열두시 반이 되기 전에 간장통닭 한 마리가 배달되어 왔다
방에서 가만히 신문을 뒤적거리고 있자니 손자놈 병조는 작은 상다리를 펴며 통닭상을 차린다.
어머님, 아버님, 병조, 이렇게 서이서 통닭을 해치운다
살살이봉 아들놈(내게)은 닭튀김 두 조각을 내 입에 물려주고 간다.
저녁을 먹는데 어머님은 또 이야기하신다.
삐쩍마른 문어다리를 뜯고 있는걸 보니 어찌나 마음이 안 됐던지....
제길헐,
그 마른 문어다리 오려놓은거 한 오래기가 5000원짜리라구요 어머님. 나름 고급간식이래요 엄니
나는 항변은 속으로 메아리를 울리고 있다
군대 가면
이런저런 것들이 목구멍에 콱 막힐지라도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