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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별

황금횃대 2011. 1. 1. 08:50

새까만 하늘을 암만 쳐다보아야 어딘지 모르게 푸르렇더니

그러면 그렇지요, 그 우렁차고 광명한 아침의 선구자인 어린새벽이

벌써 희미한 초롱불을 들고 사방을 밝혀가면서

거친 산과 낮은 들을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려!

아마 동리에 수탉이 밤의 적막을 가늘게 찢을 때

잠자던 어느 골짜기를 떠나 분주히 나섰겠죠.

 

여보세요. 당신은 쓸쓸한 저녁이 올 때 얼마나 슬퍼하였읍니까?

당신이 사랑하는 해가 거친 산정에서 붉은 피를 쏟고

감상시인 까마귀가 황혼의 비가를 구슬피 불러

답답한 어두움이 방방곡곡에 숨어들 때

당신은 끊어져가는 날의 숨소리를 들으며 영원한 밤을 슬퍼하지 않았읍니까?

그러기에 당신은 또한 절망을 사랑하기에 경솔하고,

감정을 달래기에 퍽도 이지가 둔하였다는 말이지요.

지구의 구석까지 들어찰 광명을 거느리고, 용감스러운 해는

어둡고 험준한 비탈과 절벽을 또다시 기어오르고 있다는걸요.

이제  그 빛난 얼굴을 동방산 마루에 눈이 부시도록 내어놓으면

모든 만물은 환호를 부르짖고

새로운 경륜을 이루어 나간다 합니다

힘있고 새로운 역사가 광명한 그 아침에 쓰여진다 합니다!

저것 보아요. 어두운 밤을 지키고 있던 파수병정인 별들은 이제 쓸데 없고요.

그리고 당신이 작은 낙천가라고 부르는 고 얄미운 참새들이

어느새 해를 환영하겠다면서 어린 이슬들이 밤새도록 닦아놓은

빨래줄 위에 아주 저렇게 줄지어 않았겠죠.

평생 지껄여야 무슨 이야기가 저렇게도 많은지.

 

그러면 글쎄, 참새들은 지금

이른 아침 새벽 정찰나온 구름의 이야기를 하고 있읍니다 그려!

저걸 좀 보아요. 우렁차고 늘름한 기상을 가진 흰 구름들이 동방에서 일어나

오늘은 벌써 서부원정의 새벽 정찰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나간 여름에 저구름들이 황하연안을 공격하였을 때

너무도 지나친 승리를 하였다고 합니다그려.

그러니 어찌, 감상시인인 까마귀들만이 그냥 있을 수 있어야지요.

아마 황혼에 읊을 시재를 얻기 위하여 직금 저렇게 산을 넘어 거칠고 쓸쓸한 광야로 나가는가봐요.

동편에선 언제나 가장 높은 체하는 험상궂은 산봉우리가

아직도 해를 가리우며 내어놓지를 아니하는데

그 얌전성 없는 참새들은 못 기다리겠다고 반뜻한 줄을 흐트리고 그만 다들 날아가 버리겠지요.

그러나 그 차고 넘치는 햇발들이 사방으로 빠져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기에 어젯밤 당신을 보고 말하지 않았읍니까?

밤을 뚫고 수천 수백 리를 걸어 나가면 광명한 아침의 선구자인 어린 새벽이

희미한 등불을 들고 또한 우리를 맞으러 온다고 말하지 않았읍니까?

 

김현승 시 <어린 새벽은 우리를 찾아온다 합니다>  全文

 

 

새해 첫날 조간신문은 보통

다리끌에서나 혹은 바다, 또는 산만데이를 올라 오는 붉은 그 해 첫 해를 찍어 사진을 올리며

장엄한 척 하는 시를 한 편 싣기 마련이다.

촌구석 살림살이엔 신문마저 끊긴지 오래

이젠 그런 사진 구경 하기도 쉽지가 않다.

아침밥 후다닥 채리고 나니 어린 새벽은 벌써 둥실 먼 산 위에 떠올라 제 인생의 하루를 가열차게 데우기 시작했다.

작년 첫 날 나에게 뭐라고 속삭였나 뒤적거려보니

살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은밀한 약속을 나한테 했는데 제길룡 ,빼기는 커녕 마이너스 초과달성이다.

마이너스에 마이너스를 곱하면 플러스가 되는 수학적 세상의 이치.

자,자, 이왕 부하게 변한 몸이야 새해에 다시 도전을 하면 되는데 저 수학적 이치는 두고두고 새길일이다.

 

그대들,

간밤에 머찐 꿈들 꾸셨는지.....나?

꾸긴 꾼 것 같은데 깨고나니..휑햐^^

 

뭐, 내 꿈이 그렇지 끌끌.

이 끌끌 거림이 일년 내도록 가지 않길 그저 빌고 또 빌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