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긴긴 밤도 아닌데
콩 고르기를 시작했다.
지난 늦가을 수확한 서리태콩
저걸 골라 콩장을 해 먹어야지...마음 속으로 생각만 하다가 겨울이 다 가고
봄이 머리를 틀고 일어날 이즈음 콩고르기를 시작했다. 반찬 해 먹을게 그만큼 궁하다는 것
물가는 자꾸 오르고
마트에가서 십여만원 훌쩍 넘게 장을 봐와도
몇 끼 먹고나면 또 식재료가 동이 난다.
면사무소에서 알바하는 상민이는
한달 점심값 삼만원이 아까와
점심 시간이 되면 십여분을 헐떡이며 뛰어 와 집에서 밥을 먹고
또 헐레벌떡 면사무소로 뛰어간다
즈그 아부지가 그러지말고 점심 사먹으라해도
삼만원이면 월말에 옷 한 벌 값인데 그리할 수 없노라고
청출어람이라더니,
고스방을 능가하는 왕소금이 나왔다.
고스방은 그래도 먹는건 안 아끼는데
딸래미는 그것 조차 발발 떨고 있다.
집에 밥은 어데 땅 파서 그냥 나오냐?
상민이 월급 받으면
생활비 받아야겠다.^^
두어시간 낮은 상 우에 콩을 놓고 고르니
허리가 다 아프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가뿐해야하는데
어찌된 심판인지 무너질 듯 몸이 무겁다
이게 다~~아 체중의 기하학적 증가 때문이다.
입은 맛있고.
점심 먹고 포도밭에 갔더니
언땅이 녹았다 얼었다, 거기다가 연 이틀 비까지 추적추적 내렸으니
갯벌이 따로없다.
퇴비 150포대를 포도밭 입구에 부려놓고
퇴비장사는 즈그집으로 가고
그걸 어깨에 매고 발걸음 미끄덩 거리는 고랑을 밟아
70미터짜리 한 고랑에 퇴비 12포를 나눠서 갖다 놓는다
150포대 다 갖다 놓으려면
150번을 낮은 철사에 머끄디 쥐뜯기며 갖다 날라야한데
어깨에 을러매고 나르는 것은 좋다이거야
땅이 질어 더 고충이다.
바람에 바닥 비닐 벗겨 놓은 것은 미친년 속곳 휘날리듯 펄럭거리지
이리저리 삐댄 밭은 가관이지..
냉가 벽돌 두어개 포개서 떼똥하게 앉아 밭고랑을 훑어보자면
다가오는 봄날이 휴~~,
무척이나 고될것 같다.
콩이나 고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