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11. 3. 3. 20:39

 

 

 

 

동짓달 긴긴 밤도 아닌데

콩 고르기를 시작했다.

지난 늦가을 수확한 서리태콩

저걸 골라 콩장을 해 먹어야지...마음 속으로 생각만 하다가 겨울이 다 가고

봄이 머리를 틀고 일어날 이즈음 콩고르기를 시작했다. 반찬 해 먹을게 그만큼 궁하다는 것

 

물가는 자꾸 오르고

마트에가서 십여만원 훌쩍 넘게 장을 봐와도

몇 끼 먹고나면 또 식재료가 동이 난다.

면사무소에서 알바하는 상민이는

한달 점심값 삼만원이 아까와

점심 시간이 되면 십여분을 헐떡이며 뛰어 와 집에서 밥을 먹고

또 헐레벌떡 면사무소로 뛰어간다

즈그 아부지가 그러지말고 점심 사먹으라해도

삼만원이면 월말에 옷 한 벌 값인데 그리할 수 없노라고

청출어람이라더니,

고스방을 능가하는 왕소금이 나왔다.

고스방은 그래도 먹는건 안 아끼는데

딸래미는 그것 조차 발발 떨고 있다.

집에 밥은 어데 땅 파서 그냥 나오냐?

상민이 월급 받으면

생활비 받아야겠다.^^

 

두어시간 낮은 상 우에 콩을 놓고 고르니

허리가 다 아프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가뿐해야하는데

어찌된 심판인지 무너질 듯 몸이 무겁다

이게 다~~아 체중의 기하학적 증가 때문이다.

입은 맛있고.

 

점심 먹고 포도밭에 갔더니

언땅이 녹았다 얼었다, 거기다가 연 이틀 비까지 추적추적 내렸으니

갯벌이 따로없다.

 

퇴비 150포대를 포도밭 입구에 부려놓고

퇴비장사는 즈그집으로 가고

그걸 어깨에 매고 발걸음 미끄덩 거리는 고랑을 밟아

70미터짜리 한 고랑에 퇴비 12포를 나눠서 갖다 놓는다

150포대 다 갖다 놓으려면

150번을 낮은 철사에 머끄디 쥐뜯기며 갖다 날라야한데

어깨에 을러매고 나르는 것은 좋다이거야

땅이 질어 더 고충이다.

 

바람에 바닥 비닐 벗겨 놓은 것은 미친년 속곳 휘날리듯 펄럭거리지

이리저리 삐댄 밭은 가관이지..

냉가 벽돌 두어개 포개서 떼똥하게 앉아 밭고랑을 훑어보자면

다가오는 봄날이 휴~~,

무척이나 고될것 같다.

 

콩이나 고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