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데...
쓸라고 작정하면 이즈음 내 생활은 쓸거리로 넘쳐난다.
그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약만 타서 드시던 아버님이 어머님 안 계시자 대번에 병이 나서 사흘들어 병원 나들이다. 스텐트 시술을 하고 집에 오셔서는 눈에 띄게 기력이 쇠하신다. 그럴 수록 밥상은 한 가지라도 더 올려야되겠다 싶어 이것저것 내 깜냥이 닿는대로 맹글어보지만 신통찮다.
대신 친정아부지는 매일매일을 집 치우고 내 뒤를 쓸고 닦으시느라 정신이 없으시다. 시아버지, 친정아버지, 나-딸-, 그리고 고스방, 이렇게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미묘한 기류의 흐름이 있을 것인데 아직까지는 별 부딪침이 없이 잘 살고 있다. 우리집은 정말이지 광이 번쩍번쩍 난다. 이런 광이 도대체 그 동안 어디가서 처벡히 있었단 말인가.
지난 토요일 어머님의 49제가 끝났다. 공양주 보살이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내리 두 번을 가서 절 음식을 하였다. 오직 소금과 기름만으로 만들어지는 절간 음식. 제사 음식이라지만 집에서 만드는 방법과는 많이 다른데 열시부터 열두시까지, 막제는 한시까지 염불 따라잡기에 나서 절을 하고 나면 배가 까닭없이 고파서 일체의 양념이 배제되 사찰 음식을 허벌나게 잘 먹는 것이다. 집에서 이렇게 조리해 주면 분명이 뭐가 빠진것 같다며 트집을 잡을 맛인데도 불구하고 나란 여편네도 마구마구 입으로 음식을 퍼넣었다. 만들 때는 몰랐는데 소금과 기름만으로 조리한 음식도 먹어보니 맛있다. 시장이란 어머어마한 울트라캡숑양념이 여긴 필수조건이다.
내일은 아니 오늘이네. 아침 일곱시 반에 동네사람들 한 차 관광버스에 싣고 마산을 거쳐 김해 봉하마을까지 다녀오기로 하다. 동네 어른들 모시고 지난 겨울 온천을 가려했지만 구제역 때문에 미뤄져서 이제서야 가게 된것이다. 해필이면 시할머니 제사날이라...내일 갔다와서 하면 제사고 뭐고 지낼 수가 없다. 지금 나는 부침개를 굽고 있다. 다 되어간다. 이래저래 나를 돌아볼 여개도 없이 바쁜 날들. 언제쯤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