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11. 5. 26. 22:46

 

오늘 5월 26일은 영동군민의 날이래

어제가 집구석 난방 전력비 납부 날인데 포도밭 비닐 까느라고 그것도 못 냈네

지난 달 고지서도 어영부영 엇다 놔뒀는지 몰라서 그냥 넘겼더니 두달 전기세가 삼십만원이 넘었네

에라이, 돈이 죽어나지 사람 죽어나냐? 하며 고지서를 둘둘말아 25일 납기일까지 기필고 내야지 했는데 오늘이 스무여샛날이여. 납기일이 또 지났네. 돈이 죽어나지 사람 죽어나냐를 한 번 더 중얼거릴 밖에

 

군민의 날이라고 실내체육관에 군민들 동원시켜 모아놓고 상을 줘. 군민대상이라고. 우리 사돈되는 사람(동서의 오빠)가 농업부문의 대상을 받았네. 동서네집 형제간 얼개야 말 할 것도 없고.

그 행사에 가수들이 온다네. 송대관 유지나.....김용임, 등등...그래서 우리 아부지 모시고 체육관엘 갔는데 동원 된 인원이든 어쨌던 촌구석 사람들이 거기 다 모였어. 요즘 농사일 하느라고 얼굴도 잘 못 보고 살았는데 거기 다 모였잖에.

서로서로 어두운 체육관 불빛 아래 희미하게 드러나는 윤곽을 확인하고는 동네 사람이라고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인사를 하네.

"하이고 이장님 머리 스타일이 바낏네요 파마 머리를 다 하시고..."

"아지매, 내가 빠마 한지가 언젠데...그라면 우리가 지금 일년 돐시만에 만내는 거예요?"

"에이 이장님두 그럴리가..저번에 우리집에 겨울에 호두 사러 왔을 때 봤잔에.."

"아, 맞다. 그 때 뵜었네요..어이쿠 이놈의 비러먹을 기억력이 그것도 다 잊아먹었네"

 

오랜만에 만난 옥포2구 김종식씨 부인의 살가운 눈웃음을 대한다. 웃을 때마나 그니의 산쁘라 어금니가 반짝반짝 빛난다.

꽃선생님 차를 타고 영동 가서 공연 구경하는데 재미가 없다. 나이가 들었나봐 저런게 재미가 없다니...친정아부지와 같이 갔는데도 불구하고 행사가 끝나기 전에 밖으로 나온다. 아버지와 나, 꽃샘이 운전하는 차가 황간으로 다시 넘어 온다

깜깜한 촌구석, 어데가서 막걸리 한 잔 먹을 데도 없는데  마침, <막끌리네>라는 막걸리집이 이틀 전에 개업을 했다. 꽃샘과 나, 아부지가 텅빈 막걸리집에서 막걸리 한 되 시켜놓고 호박전을 시킨다. 호박전을 대구에서는 돈전이라고 했다. 동글동글하게 구워내는 호박전.

 

태어나고 첨이지? 아부지와 같이 술 한 잔 하는 일이.

다른 친정집 모임에서는 여러 형제들과 같이 먹었는데 이렇게 아부지와 마주앉아 막걸리하기는 첨이다. 아버지 한 잔 드세요.

노릇노릇 호박전이 동글동글 구워져 나오고 시원한 생막걸리 한 사발씩 들이키다.

나는 넉 잔, 아부지는 석 잔, 꽃샘은 반 잔. 이렇게 가뿐하게 막걸리 한 주전자를 비우고 집으로 걸어오는데

 

이 넉넉한 포만감은 어데서 오는가

술꾼 아니면 절대 알지 못할.

여름을 코앞에 두고도 설렁설렁 불어 오는 가을바람 같은 이 시원함.

아부지와 어깨 곁고 걸어 오는 깜깜한 촌구석 길

이제서야 행사 마치고 넘어오는 자동차의 빛나는 불삣 들, 들,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