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넘의 지겨운 일상
[ 숲에서님의 방에서 오베온 것. 이렇게 환한 봄은 언제 왔다 간거야?]
그만, 이제 그만 내렸으면 똑 좋으련만 장맛비는 아랑곳없다는 듯 오늘도 주룩주룩. 아침에 잠깐 해님 낯빤데기가 보이기에 얼릉 침대보 걷어다 첨벙 담그고, 딸래미 주리끼고 사는 이불도 욕조에 휙, 개킨 채로 던져 놓았는데 그놈의 낯빤데기는 내가 쳐다볼 때 저도 잠깐 날 쳐다 본 그 시간만 반짝 하였을 뿐. 이제 저걸 어디에 말려야 잘 말렸다고 지방지 한쪽 끄트머리에 기사화되어 날려나.
그래도 아침 나절은 잠깐 참아주었기에 포도밭에 가서 순도 치고 포도나무 껍질도 몇 골까고 했는데 점심 먹고 다시 나서려니 비가 또 주룩주룩 내린다. 내친김에 낯잠 한 숨!
글씨도 오랜만에 쓰니 손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손모가지가 아프다. 기껏 끄적인데야 영수증 한 장 내어 놓고 가계부에 옮겨 적는 일로 하루 필기가 끝이니 손목은 인제 글자 쓰는 근육으로 움직이던 기억을 오래 전에 접고 키보드 두드리는 체제나 아니면 삽질, 호미질, 가위질에 익숙한 근육활용체제로 길들여졌나보다. 허기사 손목 근육과 손가락 뼈마디만 그리하겠는가. 머리 속은 또 어떻고. 그런저런 변화와 쇠락을 신세타령이라고 해대낄 필요는 없는데 또 쓰다봉께로.
계속 내리는 비, 지치기 쉬운 몸과 마음이지만 그래도 어쩌누 늘상 자가발전으로 시절을 넘어섰으니, 올 여름도 그리해야할 밖에. 아자!
2011년 7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