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님께서 드시고 싶다면야...

황금횃대 2011. 8. 5. 08:00

 

 

 

오랜 장마로 채소값이 천정 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한다

배추금 비싸면 김장김치 시어터진거 씻어 먹고

열무가 금값이면 늙은 오이 따다가 김치 대신 물기 촉촉하게 해서 무쳐 두고

참비름은 눈 뜨면 새잎 올라오니 뜯어서 파릇하니 삶아 조물조물 무치고

노린재가 껍데기 핥아먹어도 자주빛으로 길죽허니 달린 가지도 따와 반은 삶아서 물컹허니  젓가락 찔러 넣어 길게 갈라서 기름장에 무치고

나머지 반은 골패썰기를 해서 참치캔 뜯어 볶아 놓고

깻잎 순 질러 넙적한 이파리는 데쳐서 깻잎 김치도 담고, 작은 순은 삶아 들기름 넣어 들들 볶아 놓고

애기 손바닥 만한 자그마한 이파리는 두 장씩 겹쳐 부침개를 동그랗게 구워 내고

이럭저럭 된장 지지고 미역국 끓이고, 가죽장아찌 고추장에 무치고..한 끼 먹는 반찬으로 족하련만 아버님,

"애야, 열무김치 좀 담으면 어떻겠니?"

내 나이 스물 여섯에 시집와 마흔 아홉, 이 날 입 때까지 아버님 모시고 살았지만 날보고 열무짐치 먹고 싶다는 말씀은 첨하시는지라

"예 아버님, 장날 아니라도 마트에 가면 열무 있어요. 후딱 가서 사오께요"

밥솥에 김이 칙, 칙, 뿜어져 나오는 사이 마트에 갔더니 열무가 동이 났네

길을 거슬러 올라와 흥부 식품에 가도 열무는 없고, 대성 할인마트에도 없다네

삼대 구년 만에 아버님 열무 김치 드시고 싶다는데 해필이면 열무가 이렇게 귀할 수가...

 

집에 와서 고스방한테 전화해서 혹여 손님 태우고 김천 가는 길 있거들랑 오늘 중으로 열무 좀 사옷씨요 했더니

고스방 왈,

김천까지 갈 여개가 어딧냐 퍼뜩 삼거리 슈퍼, 둘리 슈퍼, 명신 상회 전화 다 해보라구.

그렇게 구한 열무 한 박스 만원!

 

님이 드시고 싶다면야 머리카락으로 신을 삼아 밤새도록 열무 구하러 헤매인들....에혀! (젠장, 잘 나가다 에혀 소린 왜 나오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