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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술가 가족

황금횃대 2011. 11. 15. 11:20

 

부엌 씽크대를 홈쇼핑 선전보고 얼떨결에, 그야말로 번갯불에 핫바 구워 먹는 속도로 신청을 하고 시공업체와 계약을 하였다. 그러곤 부엌 도배와 바닥까지 새로 하기로 하고 딸래미와 나는 일요일 하루를 온전히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 바깥으로 들어내는 일에 투자를 하였다. 천정도 도배를 할까 그냥 기존의 것을 청소할까...하다가 강력세정제를 뿌려 둘이서 다 닦아냈다. 이 십년 묵은 때를 닦아 내느라 나는 걸레를 오백번도 더 빨았다. 믿거나 말거나.

메기 콧구멍만한 부엌이 냉장고 두 개를 덜어내니 훨씬 넓어졌다.

저녁을 먹고 벽지를 뜯어내야 한다는 말을 듣더니 애술가의 딸 고병장은 잽싸게 방으로 가더니 매직펜을 가지고 온다.

"엄마, 나 이거 참 하고 싶었어."

어릴 때 즈그 아부지가 무서워 벽에 언감생심 낙서 따윈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애술가의 딸.

그녀는 낙서의 욕망을 내가 쓰는 가게부에다 풀어 놓곤해서 지금도 옛날 가게부를 들추면 그녀의 흔적이 나온다.

 

 

                                                          고스방이 자기도 해 보겠단다.

                                          열심열심 열매를 먹고 애술에 몰입하는 고스방

                                                                기껏 그렸다는게 여편네?

                                             내가 그린 고병장과 고운석, 딸이 그린 아들 병조

                                                             애술가의 딸이 그린 그녀의 엄니

 

                                                  뺀질이 고병조에서 급 일병 봉조를 변한 모습 ㅎ

 

아침에 일어나 부엌에 들어 오신 아버님이 비릉빡 낙서를 보더니 기겁을 하신다.

아버님은 아직 애술을 이해하시긴 어려우실게야....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