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인사
어제 동네 총회를 마치는 것으로 한 해의 일이 얼추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늘 농협가서 12월 공과금을 납부하고, 토끼띠 계돈 받아 놓은 것을 계금 통장에 입금 시키면 금융업무도 어지가히 마무리가 되겠습니다.
7박8일의 휴가를 받아 나온 보리껍데기 울 아덜은 군대생활 일년이 다되어 가는데도 여전히 체중이 육실킬로그램을 넘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에미란년은 뭣이 그래 바쁜지 아들놈 밥 한끼를 떡 벌어지게 한번 차려주지 못하고 그냥 어제 귀대 기차에 태워보냈습니다. 자랑이 아니라 울 아덜놈은 그런것에 연연해하지 않는 매우 쿠~~~~~~~~~~~ㄹ한 놈이라 짠한 마음을 오래 걸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이 아침 가마히 생각하니 좀 잘 해줄걸...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동네 총회에는 동네 돈이 금액이 크니 나눠서 쓰자는 안건이 나왔습니다. 마산리 동네 생긴 이래로 많은 사람들이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돈에 대해 직접적으로 욕심을 부리는 사람, 뒤에서 눙치며 응근히 조장하는 사람, 마을을 위해서 쓰지 말자는 사람, 옛날의 나쁜 기억(일테면 이장들이 돈 떼먹은)을 되살려 거기에 편승해서 돈 농갈라 쓰는 일에 박차를 가하는 사람등등...사람이 돈 앞에서 얼마나 많은 얼굴을 내미는지 또 한번 실감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랬던 어옜던 세월이 흘러 일생에 다시 오지 않을 2011년이 끝자락을 내놓았습니다. 편지지 말미에, 혹은 일기장에 2011이라고 연도를 자신있게 쓸 지경이 되었다싶으면 또 해가 바껴 새로운 2012에 적응을 해야합니다. 그만큼 세월은 가파른 계곡을 흐르는 물살처럼 빠르고도 가차없습니다.
어젯밤에는 상민이와 마주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 시간도 넘게 나눴습니다. 내 눈속엔 아직도 낮은 창문틀만큼 자랐을 때 창밖을 내다보며 즈그 아빠 차가 들어오는 걸 보고 겨우 혀 돌아가는 소리로 아빠아빠아빠아빠 하고 외던 애기 때 모습이 사라지지 않았는데, 제 인생과 먹고 살 일을 제 스스로 걱정해야할 만큼 커버렸습니다. 아들놈 보낸 이유도 이유지만 그냥 인간이 아모 준비없이 맨몸으로 나서 평생을 애쓰며 살아야하는 일에 갑자기 연민이 쏟아져서 아이 몰래 베개 쪽으로 얼굴을 돌리며 불끈 솟아나는 눈물을 훔쳤습니다.
날이 차고, 바람이 불어 현관문이 쾅, 닫기면서 뭐가 무너지는 소리가 납니다. 창문에 성애가 저리 얼었으니 지난 밤 추위는 대단했나봅니다
그래도 바람 막을 울타리가 있어, 그 울타리에 더운 온기를 대주고자 이른 아침 콩나물국에 밥 한 술 말아 먹고 일 나간 고스방이 갑자기 고맙습니다. 어제 총회하고 난 뒤 내가 하도 기운 없어 하니까 누워 잘 때는 핫팩을 내게 양보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까칠하던 고스방도 둥글둥글 감자떡 같이 늙어가고, 이런저런 하고 싶은게 많던 나도 이젠 벨로 하고 싶은 것도, 짜드라 좋은 것도 없는 모습으로 둥글둥글 감자떡처럼 늙어갑니다.
그대들은 올 한 해, 어느 모서리를 허물고 깎아서 둥글둥글 감자떡 같은 사람이 되셨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