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먹고 쓰는 편지
이제서야
황금횃대
2012. 2. 7. 11:07
두 달전에 송경동이가 어느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는가 알아냈다.
인터넷, 좋은 세상이다.
세상에 일을 다 알려준다
개미허리 사이즈까지 검색하면 나오는 세상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할 만큼 세상은 촘촘하고 세밀해졌다.
쓴다,쓴다, 보내야지, 보내야지..마음다짐만 하고 해를 넘겼다.
어제는 마음도 심난하고(동네일땜에 그런데 연애질 이런걸로 심난해봤으면 좋겠다)해서 붓을 챙겼다
붓이래야 뭐 별거있나. 지난 달 인사동 갔을 때 작은 일호 붓 하나 사왔는데 그걸로 시작하는거지
찔레열매를 그린다.
쉬이 손길을 허락하지 않는 찔레가시, 그러나 꽃으로 필 때는 세상 누구보다 순박한 얼굴을 드러내놓는.
누구는 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하고 응원을 해 주는데
부산구치소 송경동에게는 아모 응원이 없어 씁쓸하다
그러나 그바닥 생존 방식이란 본능적으로 강한 것.
나는 송경동을 믿는다.
첨 보내는 편지라 벨다른 말은 쓸 수가 없다.
그저 터미내이터의 엄마 사라가 그의 아들 존에게 하는 말처럼
우야든동 몸을 잘 보존하라는 당부 밖에
고스방처럼 날은 입춘을 지나도 애리게 춥기만 한데
그저 우리 같은 사람은 제 의식과 의식이 비춰지는 현상의 세계가 환골탈퇴, 환한 세상이 될 때까지
숨쉬기 운동을 부지런히하여
그 모든 것들이 이뤄지는 시절을 꼭 보고야 말겠다는 심정으로
살아있을지어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