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12. 5. 30. 09:19

새벽 다섯시도 안되 잠이 깨인다. 습관이 되고 있다. 살며시 눈뜨는 기척을 고스방도 알아 챘는가 꼼지락거리더니 여편네를 잡아 댕긴다.꿉꿉하니 습기가 몰려온다. 보일러 스위치를 올리고 작업복을 걸치고는 포도밭으로 간다. 고스방도 따라 나선다. 고추 심은 곳에 줄을 매야하는데 새벽마다 가서 하는데도 아직 못했다. 오늘은 그 일을 미루고 포도 적심을 해야한다. 결속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부지런히 했어야하는데 이런 저런 일에 메이다보니 집중해서 하들 못했다. 지나고 나면 농사일도 후회가 많다. 그러나 내 몸 까짓껏 움직여하는 일이라 불평을 할 수는 없다

 

아침 얼른 먹고 후딱 치우고 커피도 한 잔 안먹고 들로 나가려는데 갑자기 천둥 치더니 잠시후 빗방울이 와르르르 쏟아진다. 어거지로 쉬게 생겼다.

열무나 다듬고, 살살 걸어 콩모종 부어 놨는 거적이나 들셔놓아야겠다. 이렇게 비가 오면 빗방울이 공기중에 질소를 작물에 때려주기 때문에 엽면시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독골 문학씨가 며칠 전 맥주 한 잔 하면서 얘기해 주었다. 그는 농사만 지어도 정말 여유있게 산다. 그렇지 않는 고스방은 맨날 허덕허덕한다. 농사도 맘만 먹고 잘 지으면 경쟁력이 있다. 그는 연봉 칠천은 진작에 웃돌았고 과일 가격이 좋을 때는 억대농도 된단다.

농사로 억대의 매출을 올리자면 얼마나 애써야하는지 안다. 그래서 더욱 존경스럽다. 그러면서도 면내 볼일이 있는 날은 허술한 작업복차림으로  나오지 않는다 거기 비해 나는 입은 그대로 쫒아 나오는데 거지 중에도 상거지다.

 

어제는 큰집 조카딸 결혼식에 신부 손을 잡고 들어 갈 고스방의 정장을 사러 갔다. 대전에서 상민이를 만나 멋떼백화점에 가서 여러 군데 둘러 보지도  않고 바로 들어가서 샀다. 무슨 정장 한 벌이 구십 오만원씩이나 하나. 놀래 자빠질 일이다. 그런데 디스플레이 된 옷 한 벌 가격표는 백 팔십오만원이 붙었다. 애시당초 아울렛 이런데 가려고 했는데 어디 있는지 잘 찾지도 못하겠고, 결혼 예복할 때 양복 두 벌 맞추고, 친정 막내 동생 장가 갈 때 한 벌  샀었고 이제 세 번째 정장을 구입하는 일이라, 그 동안 벌기만 했지 맨날 자기 입성을 허름하기 그지 없었는데 그만 이거 사라고 했다. 와이셔츠도  고스방이 원하는 푸른색을로 , 이 참에 정장과 구색이 맞는 좀 화려한 넥타이도 두 개나 샀다. 아래층에 내려가서는 또 제 맘에 쏙 든다는 구두도 샀다. 상민이가 저번에 이어 이번에도 알바해서 번 돈으로 즈그 아부지 정장 구두를 사 주었다.  맘에 드는지 고스방은 내도록 씽글렁뻥글렁이다.

 

"아빠, 왜 사람들이 죽자 일 해서 쇼핑하는지 그 맛을 좀 알겠지?"하고 상민이가 상큼하게 물어 준다.

"야이 지지배야, 이렇게 살면 집구석 거덜나.."하고 여전히 눈 가에 실웃음을 매달고 기분 좋게 대답을 한다. 그 와중에 나만 죽을 상이 되었다

으이고...담달에 카드값은 내가 다 메꿔야하잖여//

 

 

비가 온다

마른 먼지 풀썩이다 비님 오시니 반갑다

포도일이야 하루 또 미뤄지겠지만, 호박구디 호박도, 고추모 심은 것도 모두모두 잘 자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