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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아, 살다아~~~~

황금횃대 2012. 9. 12. 08:56

 

포도 작업할 동안 친정 남동생, 그러니까 대구 지산동 사는 친정 젤 큰동생 상조가 며칠씩 와서 도와 줬다.

지 일도 대목 전이라 수금이며 뭐며 박차를 가해 해야할 일들이 많을터인데도 그걸 미뤄놓고 우리 포도밭으로 왔다.

그 동생도 허리가 좋지 않아 오래 앉아 있기 힘들고, 더더군다나 포도 가득 넣어 놓은 콘티박스를 들어 만지는 것은 더더욱 안 되는 일인데도 제 요량껏 힘을 써서 일을 도와주었다.

 

이제 포도일도 끝나고, 천막 생활하던 포장만 걷고 그동안 갖다 나른 살림살이와 바닥 파렛트만 챙겨오면 되는데 훤하니 비어버린 포도밭을 보노라면 그 동안의 노고는 또 까마득히 잊게 되는 것이다. 아버지도 이제 막바지 고추만 따 주시고 집으로 가신단다. 이번 주 금요일에 친정집 벌초가 있다. 벌초에는 아버지가 꼭 참석을 하신다. 그런데 넌즛 고스방이 그러는 것이다. 이번 처갓집 벌초는 자기가 가서 버뜩 도와 주겠노라고.

 

어허, 살다살다 사우가 처갓집 벌초하러 가는 일을 다 보겠네. 고스방 성격상 떠도는 속담 [처삼촌 벌초하드키]라는 말은 씨알도 안 멕힐거구 처갓집 일이라 더욱 꼼꼼하게 이 잡듯 면도 하듯 그렇게 보기좋고, 이쁘게 산소를 다듬을 것이다.

나는 뭐...삼대 구년만에 만난 듯한 이 아름다운 일에 흐흐흐흐흐흐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믓한 미소만 머금을 뿐.

 

그러면서도 나는 이 일이 무산될까바 열심히 엄살을 떨어쌌는 것이다. 고서방 들으라는 듯이

"아이고, 울 할메 할배가 깜짝 놀래시것네 손녀 사위가 벌초를 다 하러 온다고. 나도 할무이 산소 가본지 이십년도 더 됐네 그랴"

아주 애틋하다 못해 애절하기까지한 목소리로 저리 읊조리며 마지막에 이 한 마디는 놓치지 않는다

"고마와요 여봉"

옆에서 대빗자루로 마당 씰고 계시던 친정아부지께서 웃으신다.

속으로 목석같은 딸래미가 여시가 다 됐구만...허시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