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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반찬

황금횃대 2013. 1. 26. 10:56

깻잎 반찬

 

김순진

 

 

깻잎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실에 꿴 깨잎뭉치처럼 뭉쳐 살고 싶다

서로 떨어져 국수 수제비를 먹고 살다가도

만나기만 하면 서로 따끈한 쌀밥 한 술 산다고 우기며

깻잎을 얹어주고 싶은 사람

아래 있는 깻잎 꼭지를 젖가락으로 잡아주고 싶은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깻잎장아찌가 서로 붙어 잘 일어나지 않을 때

밑장을 지그시 눌러주거나

먹고 사는 일을 거들어주고 싶은 사람과

이웃하며 살고 싶다

 

 

-류명남 외 『 하늘포목점 』(문학공원, 2012)

 

 

 

 

 

 

생전 안 드시던 깻잎 김치를

이번엔 아버님이 다 드셨다

시력이 저하되어 깻잎 꼭지가 잘 보이지 않아

첫 젓가락 갈 때마다 깻잎 몸통 부분에서

한 장 떼어내려 안간힘을 쓰신다.

얼른 아버님 젓가락을 대신해 내가 나서고

나는 성큼성큼 한 장씩 떼어낸 깻잎 낱장을

접시 가장자리에 뺑돌려 얹어 놓는다

자꾸만 짠것에 눈길이 가는 아버님

내가 맞춘 간에 또 한 숟가락 간장을 더 하시는 아버님

아흔 둘 생애가 결코 간장보다 싱겁지 않으시지만

자꾸 더 짠걸 원하신다.

깻잎 반찬 드실 땐 내가 아버님의 젓가락이 되어주지만

콩자루 벌릴 땐 아버님이 성큼 다가와서

대신 내 손이 되어 자루를 벌려주신다.

그러면 혼자 용 쓸 때보다 훨씬 수월타

 

마주 앉아야 벨로 할 말도 없는 날들이 계속이지만

아버님, 오래오래 저하고 같이 사입시더

깻잎 김치 짭쪼름하게 다시 담아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