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병조는 지난 달 이십 칠일에 말년 휴가를 나왔다.
나와서는 바로 대전으로 가 즈그 누나랑 마음 맞춰 갤3 하늘색을 손에 쥐고 와서 흐믓해한다
대전에 핸드폰 사러 간다는 말에 즈그 아부지는 제대도 안 한 놈이 핸드폰은 무슨 핸드폰을 산다고 지랄이야햇지만
병조는 꿋꿋하게 제 군대 월급 모은 것으로 산다고 갔다.
가기 전 부엌에서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아빠도 차암..아빠가 먼저 병조 제대도 곧 할 건데 아빠가 핸드폰 하나 사주까? 이렇게 말하믄 얼마나 좋아
그러나 느그 아부지는 절대 그런 말 할 아빠가 아니니까 부처님 가운데 토막 아들이 기분 안 상하기로 한다
아마, 내 추측이 맞을끼다.
핸드폰 사왔다고 고스방은 아직까지 삐져있다.
15박16일 말년휴가를 나온 병조는 느긋하다.
매일매일 몸 만든다고 절대남자 카페에 접속해서 으쌰으쌰 운동을 한다.
양 손에 일킬로그램짜리 바벨을 들고는 십킬로그램 든 것처럼 호흡을 한다.
가시남자 고병조.
그는 이제 제법 어깨가 넓어졌다.
병조의 군대가기전 별명은 어조비였다. 어조비? 어깨가 몹시 좁은 남자 어조비.
지금은 내어깨보다 이센티미터 넓다.
아들놈은 맨날 상민이와 나의 몸을 보고 한숨이다. 저렇게 먹기만 먹고 운동을 안하니...끌끌
녀석을 따라 면민회관 체력 단련실가서 러닝머신도 뛰고 근력운동도 했다. 힘들다 헉헉.
당보충 한다고 더 먹는다. ㅠ.ㅠ
생일도 지나고
이제 명절을 기다린다
가래떡 뺄 쌀 두말 가웃을 방앗간에 맡기고
강정 두 봉다리를 사서 온다.
고스방은 맨날 빚을 어떻게 갚나...하고 걱정이 늘어졌지만
나는 하나도 걱정 안 한다. 내년 농사 지어 쪼매씩 갚아가믄 되지 그걸 뭘 겨울 내도록 징징 거리며 걱정을 하냐
어제 옥상방 청소하다가 허리에 담이 결려서 두부 만드는 것도 생략.
좀 서운하기도 하지 그런거 안 하믄
대신 단호박양갱에 도전해볼테다
티비에서 하는거 보니 별거 아니더만.
한천가루 주문해놨으니 오면 만들어봐야지
농사꾼은 지금이 가장 한가한 때다
그까잇 설명절 음식이야 이제 식은죽 먹기고
그래, 워터칼라 토천에 그림 그리고 시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