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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황금횃대 2013. 7. 4. 00:52

요즘 우리 동네는 포도 봉지 싸기가 한참이라, 한 낮에는 덥기도 덥거니와 그 놈으 봉지 싸는 품앗이에, 품 팔러 다 나가니 동네에서는 사람 구경 하기가 힘이 들어.


나도 이 풍신에 넘의 포도밭에 품앗이 갔다가 늦은 새참 한 그릇 후르륵 먹고 집에 와서 양말 먼지도 털기 전에 또 우리집 포도밭으로 못다한 일을 하러 달려 간다네. 지독하게 뜨거운 한 낮의 입김을 한 벌 걷어낸 스러져가는 저녁 빛의 여운을 목덜미로 느끼며 포도를 한 골 잡아 알솎기를 한다


메뚜기도 한철! 이란 명언을 선대에 누가 말들어냈던가, 이 포도 알솎음도 때가 있다. 콩알만 할 때, 일 없는 듯 한 번 주물러 일차 정리를 한 밭은 그나마 알 빼내기가 수월한데 손이 늦어 그도저도 건너 뛴 우리 밭은 알솎음 가위날조차 허용하지 않을 만큼 옥수수 알처럼 배곡히 들어 박혀 어디를 어떻게 따고 들어가야 할 지 막막한지라, 그냥 멀거니 빽빽한 포도송이를 이리저리 돌려 보며 기가 차 하는데.


이미 들판의 포도밭은 하얀 봉지를 덮어 쓴 그 면적을 늘려가고 이제 오도마니 우리집 포도밭만 하냥 푸른 청춘인 듯 버티고 섰네 그랴.

휴~~ 저절로 한 자락 뿜어져나오는 한숨을 둘둘 말아 창고 쪽으로 치워 놓고 손가락을 꼽아 보네, '그래, 지겹고 지랄병이 벌컥벌컥 일어나지만 30일 하루 더 알솎기를 하는거야. 하루 노동이 훗날 포도 수확철에 열흘 일거리를 줄여 줄거야' 혼자말로 비 맞은 중 적삼 쳐지는 소리처럼 중얼거리며 하루 일거리를 다짐한다.


샤워하고 옥상에 올라 와 선풍기 틀고 돗자리에 누웠으니 하늘에 별빛이야 노상 이맘때의 밝음으로 반짝반짝.

시원한 밤 바람 한줄기에 한 낮의 더위를 한방에 보상받는 행복, 혹은 깊은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