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겨울 준비
황금횃대
2013. 11. 13. 08:55
아버지는 울타리콩을 까고, 마늘까지 추운 아침에 놓아 주고 친정집으로 가셨다
울타리콩 조금 싸서 베낭에 넣고 역까지 나랑 같이 걸어가는데 역전 오르막을 오르며
다리가 조금 땡기고 아프다고 말씀하신다. 오랜 노동으로 허리가 안 좋은데도 농사일
하는게 심심한거 보다 낫다는 아부지.
메주 쑬 때 쓸 짚 두 아름까지 알뜰히 묶어 곳간에 들여놓고서야 손을 털고 일어 나신다.
연착 된 기차를 기다리면서 아부지는 어여 들어가 바쁠 텐데...하시지만, 아부지가 바쁜 일을
다 해 놓으셔서 나는 바쁠게 없다. 괘안아요 아부지, 아부지 가시는거 보고 가믄 돼요
아부지가 가셨으니 이제 우리집 마당에는 아버지 손길을 받지 못한 것들이 또 쌓일거고, 뒷마당
감잎사구도 수북수북 굴러다닐거구, 식전에 대빗자루로 마당 쓰는 소리, 쓰윽 쓱, 하는 규칙적인
리듬도 들을 수 없을거고...그렇게 아버지가 잠시 집 비운 티를 집구석은 처처에 내놓을 것이다.
홀딱 까놓은 콩으로 주물럭 콩떡을 만들어야지, 쌀을 되 가웃 불려 빻아 놓았다.
다음에 아부지 오시면 얼려 놓았던 콩떡을 따뜻하게 쪄서 아부지 드려야지.
가을은 이제 깊을대로 깊어 초겨울 냄새가 실실 나려한다.
에부리바디 굿모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