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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보 만드는 여자

황금횃대 2014. 2. 6. 21:19

 

 

 

 

 

요즘에야 밥상 차려놓고 기다리는 집이 어디 잘 있나?

옛날에는 냉장고도 없고, 지금 처럼 신식 입식부엌도 아니고 해서

웃목에 밥상을 차려서 늦게 오는 식구들이 와서 먹을 수 있게 준비를 해뒀다

아랫목에는 밥주발을 수건으로 돌돌 싸서 이불 속에 묻어 놓고.

 

여자의 부엌 살림에 지대한 공헌을 한 가전 제품이 어디 한 둘일까마는

전기밥솥과 냉장고는 가히 혁신이다. ㅎㅎ

그 두가지의 발명으로 인해 밥상 차려 놓고 기다리는 풍경이 사라졌으니.

그닥 쓸데도 없을 것 같은 밥상보를 나는 자주 만든다.

여름 볼쌀 삶아 걸어 놓을 소쿠리도 없는데

살아 생전 어머님이 아버님 수의 만들고 넉넉히 남은 삼베를

뭉텅뭉텅 잘라 여름용 밥상보를 만들고

요새는 광목빛이 좋아서

저렇게 광목 밥상보를 만든다.

내 생은 들여다보면

화려함이란 콧털 만큼도 없고

수수함이나 들꽃같은 청초함은

눙깔 뒤집고 찾아봐도 더더욱 없는 지라.

ㅎㅎㅎㅎ 구색은 창작을 낫는다하지 않는가.

내게 부족한 유전인자를 봉틀이로 박아가며

한땀한땀 제조하고 있다.

 

봄바람 불면

새참 광우리에나 덮어 씌워

엉덩이 씰룩거리며 밭둑길을 걸어보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