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14. 11. 10. 09:02

1

요즘 우리 동네는 감 깎아 곶감 만드는 작업 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너른 들판에 누런 빛으로 일렁이던 벼들도 낱알은 사람들에게 떼이고 논바닥에 드러 누워 볏집으로 말라가고 있지요

더러 부지런한 농사꾼 볏집은 벌써 포장이 되어 마시멜로 덩어리처럼 하얗게 앉아 있어요

허리와 등짝이 쪼개들 듯 아파도 자고 나면 꿈적거릴만큼 회복이 되요. 건강한 몸은 아니지만 살살 달래가며 살려구요.

농사일이 끝나야 여행이라도 다녀 올텐데 도대체 끝나기나 할려는지 볼멘 의심을 해봅니다만 눈 오면 농사는 쉴틈이 생겨요.

감이 풍년이라 고서방은 신기한가 봅니다. 그러다가 지금은 일이 고되니 감, 냄새나려 한다고 잔뜩 신경질이예요. 정말 우라질네이션이예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정형란.


2.

전화를 끊고 나서 앗차!했네. 들뫼님 힘들어 내게 전화했었는데 등신같이 나 힘들다고 넋두리를 늘어 놓았으니..

"미안 하네 미안허이"

나도 요즘은 마음이 왜 이리 조급하고 틈이 없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 <완경>에 이르른 증상 같기도 하고.

그것 때문에 슬프지는 않은데 감정 조절에 여유가 없어.

의욕도 없고 뭘 하기도 싫구, 그 좋아하던 노는 일도 그저 그려. 그저 몸. 마음이 한 며칠 쉬어줬음 싶은거지. 그러다 지나가겠지.


내일은 대전과 서울에서 문우 둘이 우리집에 놀러 온다네. 식탁 우에, 무 뽑아와 다라이에 담아다 놓구서도 선뜻 칼이 쥐어지지 않아 머뭇거리다 이렇게 엽서부터 먼저 쓴다네.

강녕하시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이임순


3.

몇날 며칠을 끌고 오던 감깎기가 이제 끝났네. 결국은 감 갂는 기계를 빌려 오고서야 쫑난 일.

대전에서 성남에서 친구 둘이 도와주러 와서 마침표를 찍었네.

감 깎는 내내 마음이 급한 고소방은 몇번이나 사람 심정을 디비 놓으면서 난리ㅣ치더만 감 깎는 일이 끝나자 명주 고름처럼 부드러워져설랑.

나는 그게 더 꼴뵈기 싫어 속으로 욕 한바가지 뱉어 준다.

또 그 와중에 나는 오토바이 사고가 나서 다 갈아 엎어 뚱뚱 부은 손가락과 무르팍을 질질 끌며 일을 하자니 뭉텅뭉텅 설움 같은게 올라아 와 기어이 펑펑, 한자락 울기도 하고.

그러기에 몸 아프면 안디야, 무조건 몸은 편안하고 건강해야혀!

인생에  새로운 명제라도 받은 양 감격 돋는 얼굴을 하고서 

된서리 내린 아침을 맞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