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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
황금횃대
2015. 2. 26. 21:04
끓여서 밟아서 달아 놓으면 끝인거 같은 메주
그러나 십수번도 더 들여다봐야 한다
잘 마르는가, 벌레는 생기지 않는가, 잘 뜨는가, 곰팡이는 잘 이는가..
매달아 놓고 들락거리며 상태를 보았던 메주를 오늘 잘라 보았다.
"떡치 한 치만큼만 뜨면 장 담을 수 있데이"
살아생전 시엄니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예 어머님, 이제 장 담을 준비 할께요
나는 속으로 힘차게 대답한다.
오늘은 바람이 육실허게 불었다. 뒤안에 재어 놓은 중간 크기의 양은 솥도 날아가고, 양푼이며 다라이 엎어 놓은 것도 돌개바람이 불었는가 우당탕 꽈당하는 소리와 함께 바람에 날려 계단 밑에 처박혔다
배깔고 누워 있었더니 난리가 난리가 그런 난리가 없다.
포도 나무 전지는 다 끝내고 잘라 놓은 나무를 주워 모아 묶어 내야 하는데 어제 병조랑 같이 오후에 잠깐 가서 낫으로 나뭇단 모아 놓는데 그것도 힘이 들기는 매 한가지. 헉헉 숨을 모아 쉬면서 한 무더기씩 모아 놓았다.
수레를 가져와 실어 내면 되는데 오늘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그냥 집에서 하루 쉰다.
몸무게가 많이 늘어서 걱정이다. 걱정하면서도 먹는다. 먹고는 몸이 무거워 그냥 주저앉는다. 병조는 운동 안 하느냐고 성화를 하지만 도무지 움직이기가 싫다. 이러다 정말 왕뚱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꼼짝도 않고 밍그적거린다.
에잉, 날이 따시지면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분자도 슬슬 움직여주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