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주전자 꼬매는 여자

봄누비 조끼를 만들다

황금횃대 2015. 3. 13. 18:30

 

 

북적이던 식구들이 줄었다

시부모님은 다른 세상으로 풀쩍 뛰어 넘어 가고

아이들은 다른 지방으로 거처를 옮겼다

스물 두어평 새마을 촌집구석이 초등학교 운동장처럼 비였다

나는 빠꼼한 공간마다 짜투리 천을 늘어 놓으며 이것들도 입 없는 식구라고 여긴다.

또닥또닥 봄비가 시작되는 저녁에 봄누비 조끼를 만든다고 반짇고리를 끌어 당긴다.

앞판 뒷판을 쌈솔로 연결하고 아랫단 여불떼기 주름을 굵게 잡아 시침을 하는데, 이미 늙기 시작한 스방이 들어와 찬손을 여편네 등때기에 집어 넣는다. 젊을 때 같으면 이 무슨 경우 없는 짓이냐며 뒷통수를 갈겼을거인데, 저나 나나 이제 그런 열정은 없다. 비록 아랫단 주름같은 굵은 주름을 가진 영감이긴 하나 천조각과는 달리 입을 가진 식구 아닌가.

 

바늘과 가위를 챙겨 반짇고리 속에 넣고 꿰매던 조끼를 접어 우에 얹어 놓고 나란히 앉아 티비를 본다

 

통닭 튀기고 난 뒤의 기름을 얼굴 전체에 바른 듯한 이완구가 42인치 화면을 가득 채우며 한다는 개소리가 부정부패 단호한 척결이란다.

에라이 호박씨발라 먹을 신발놈으시키, 뭐가 어쩌고 어째? 니 집구석이나 제대로 해라! 고 괌질렀더니

그것도 멍청도 즈그 고향놈이라고 스방이 고마 해라 하네.

같이 놀아 주려다 벌떡 일어나....조끼를 완성했네

눙깔에 불을 켜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