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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활의 계절

황금횃대 2015. 7. 8. 09:30

 

 

 

 

 

 

카스에 글쓰기를 누르면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하고 회색 문장이 나온다. 그래, 무슨 이야기를 들려 줄끄나...

촌구석 사는 여편네는 맹 촌구석 얘기 밖에 들려 줄게 없네 그랴

아카시아 여왕의 행차가 지나 가고 이즈음 찔레공주 나들이가 젤 볼만 하재요. 길모퉁이 돌아가는 길에 환하게 핀 찔레꽃을 보면 계절은 저 이쁜 것들을 어디다 품어 감춰놓고 차례 차례 꺼내놓나 싶어 참말로 신기혀요. 자고 나면 뼘가웃씩 커가는 포도순도 징하게 장하지를.

 

친정아부지가 그제까지 총력으로 일 도와 주시다가 어제 대구 집으로 가셨네. 포도순 결속하고 감자밭 지심까지 싸악 매놓고 내려 가셨네. 바쁘니 끼니도 부실하게 챙겨 드려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이즈음 촌구석 일이란게 부지깽이 한테도 한 손 빌리고 싶은 심정이니 아버지도 이해해 주시것지.

 

포도꽃이 하루가 다르게 개화를 시작하니 속순 따내는 일보다 적심이 더 급하게 되었다.

아버지랑 둘이 하다가 혼자 하니 일도 잘 안 줄고 모가지는 더 아프다. (밭고랑에 앉아 핸펀 문자판 두드리니, 바람에 깨알만한 포도꽃이 차광막 바닥 우에 떨어 지는 소리가 한밤중 봄비 쪼작쪼작 오는 발걸음 소리 같다)

 

이렇게 일 하다 해가 월류봉 너머로 넘어가면 밭고랑 끄트머리에 앉아 하염없이 석양을 바라 보네. 그 오묘한 빛에 걱정 인듯 걱정 아닌 걱정 같은 일들을 실어 보낸다.

 

추신:농활의 계절이 왔다.

어데 나가고는 싶은데 딱히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이리로 오시라. 이번 금요일 까지 농활의 문은 활짝 열려 있으니.

한 나절 일하고 보리쌀 서너큼 섞은 보리밥 해서 열무김치에 상추 뜯어 넣고, 고추장에 된장 바글바글 끓여 끼얹어 비벼 먹으면 왔따다

이 '왔따' 는 '계절이 왔다' 할 때의 그 '왔다' 하고는 다른 말이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