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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륵을 선물 받다

황금횃대 2017. 6. 7. 23:32

 

 

 

 

 

새벽에는 물 줘가메 참깨를 심고, 점심 먹고는 포도밭에 가서 결속하고, 해거름에 내일 모내기에 심을 모판을 떼러 칠십리길 떨어진 심천육묘장으로 가려는데 김영님이 걸판지게 나눔하신 물품이 왔습니다.

 

스티로폼 상자에 <깨지면 절단 납니데이> 스티커를 따불로 붙여서 도착한 선물.

 

바로 후기 못 올리고 고스방하고 같이 가서 모판 떼와고 논에 디밀어 놓고 저녁 준비하면서 사진 찍습니다.

 

오마낫, 이렇게 이쁜 접시가 세트로 왔습니다. 숟가락도 하나 둘둘 말아서 보내셨어요

 

얼른 삼십년 묵은 식탁의 상처 자욱을 덮으려고 무명 보자기를 깔고 곱게 도착한 그릇을 찍어 봅니다

 

꽃이 차암 이쁩니다. 꽃대궁 휘어진 각도도 아주 맘에 듭니다. 산다는 일이 노상 직선 만이 아니라는걸 이 나이쯤이면 터득하기에 그릇 한쪽에 적당한 각도로 휘어진 꽃의 척추가 예사로 보이지 않습니다.

내일 모심으려면 오늘 저녁부터 목에 지름칠을 좀 해야 합니다. 내동에 사는 말 못하는 아저씨가 새벽 여섯시에 모 심으러 온다하니 물장화며, 낫이며 미리 준비도 해야 합니다.

삼겹살 구워 큰 접시에 수북히 담고, 작은 접시는 양파를 구워서 담아 봅니다.

예쁜 꽃그림이 삼겹살과 양파 속에 숨었네요

팔뚝에 근육 남아 있을때까지는 도자기 그릇 쓸 작정입니다. 이도저도 힘빠지면 일회용 접시에 비닐 팩 씌워서 간편하게 살지언정.

 

슬슬 밥도 반찬도 만들어 먹기 버거운 계절이 문지방 앞에 닥쳤습니다. 부지깽이 끝에 목장갑 끼워서 들로 데리고 가겠다던 옛사람들의 착상도 이젠 보일러로 대체되어 부지깽이 구하기도 힘들어졌습니다.

 

아카시아 꽃잎 흩날리는 계절의 여왕님 행차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산천 구석구석에 찔레공주의 웃음이 영혼을 홀리는 유월이 곧 다가 옵니다.

 

김영님, 고맙게 잘 쓰겠습니다.

후기가 미력하니 조만간 바쁜일 끝나면 긴 편지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