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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

황금횃대 2019. 4. 13. 11:50

 

그림을 생각하면 기억은 늘 몇 개의 오래된 장면들을 정지 화면으로 보여 준다

초등학교때 크레용을 사달라고 떼를 쓰며 나무 판자 울타리를 두른 골목길에 엄마를 향해서 부애질을 해대던 모습과 초등학교 1학년때 동화 속 풍경 그리기 미술 수업시간

그 두 장면은 평생 내 기억속에 빛깔조차 바래지 않고 각인된 그림이다.

 

오늘 날 나는 욕심스럽게 많은 물감과 색연필, 필기도구를 가지고 있고, 플라스틱 파레트도 댓개나 된다. 붓도 마음 먹으면 인터넷으로 바로 주문 들어 갈수 있는 환경도 되었다. 그런데도 왜 옛날 그 결핍의 순간을 잊지 못하고 그 기억을 쓰릿한 심정으로 바라 보는지 영 알길이 없다

 

기침이 낫질 않아 이러다 고질병으로 고착화 되는게 아닌가 싶어 어제는 김천까지 가서 이비인후과에 들렀다. 나이 지긋한 선생님은 알레르기성 기관지염 진단을 내리고 처방전을 준다. 병조랑 병원을 같이 다니며 시장내 아포순대에서 순대 국밥을 먹고, 국밥의 맛을 이야기하며 일상의 한 페이지를 기억하는 일이 평생에 또 몇 번이나 있을까. 이젠 이런 것들이 주머니에 들어있는 지폐 몇장보다 더 아련하고 귀하게 느껴진다.

 

주변에 작은 사이즈의 스케치북을 놓아 둔다. 엽서 사이즈는 또 그나름대로 작은 그림을 그릴 수 있어 좋다. 안 쓰는 스뎅컵에 물을 담아 놓고 어설픈 스케치 위에 뮭은 색을 처음으로 찍어 줄때 마음 속엔 작은 기쁨의 파장이 시작된다. 젊어 칠랄레팔랄레 허튼 세월 보내지 말고 그림 공부 좀 해둘걸...그 아쉬움이 요즘 젤 크게 와닿는다

 

그래도 지금 시작해보는것도 어디야! 나중에 여행지에서 드로잉하며 혼자 고개 갸웃할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늦은 것은 아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