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19. 12. 13. 21:46

 

 

 

 

일박이일로 우리집에서 망년회겸 모임을 하기로 하고 대구,영월에서 친구들이 왔다

친구라고 명명하지만 나이가 두 살씩 차이가 나서 키 크기만큼 층계가 있다. 코다리찜과 낙지탕탕이로 고픈 술도 채우고 황리단길 커피집에서 카모마일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떤다

그녀들은 나를 크레믈린 같다고 했다 ㅎ

그래, 나는 오, 엑스가 불분명한 사람이다 ㅋㅋ

 

한방에서 자매처럼 잔다. 여형제가 없는 나는 색다른 경험이다. 영월샘은 우리집에 오면 내가 밥할 틈을 안 준다. 냉장고 재료로 삼시세끼 반찬 외 반찬을 뚝딱뚝딱 만들어 준다. 아침에는 곤드레 밥을 해서 한 세수대야씩 비벼 먹었다. 그녀의 특별한 양념장은 곤드레밥 한대야를 순삭시킨다 ㅠㅠ

 

아침 먹고 생전 안 먹는 식후 커피까지 얻어 먹고 우린 오늘 재봉질 놀이를 하기로 했다. 사놓고 맘에 안들어 처박아 놓은 해지천과 빈티지삘 팍팍 나서 정말 내눙깔을 꼬집어 버렸던 체크천을 찾아 왔다. 오늘 이 두가지 천을 보내버리자! 작정을 하고 시작을 한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사이즈를 마름질해서 재단하고 봉틀이가 돌아 간다. 영월샘이 봉틀이를 담당하고 나는 끈이나 주머니, 실 꿰기, 밑실 감아주기 같은 일을 담당하고 대구 춘자가 시다를 하다.

 

앞치마 세 장을 봉틀이 쉴 여가도 없이 만든다. 홑겹으로하긴 천두께가 약해서 양면 이용 가능하게 만들자고 합의를 보고 공정, 공정을 완성해 간다. 박아서 던져주면 다려서 시접을 꺽어 주고, 주머니 달 위치에 시침핀을 꽂으며 웃음 만발이다. 급하게 차려진 구로공단이였다가 청계천 피복 공장이였다가,

우린 갑도 되었다가 또 을도 되어서 서로의 역할 놀이를 하느라 얼마나 웃었는지..

 

마지막 앞치마 주머니 박음질만 남겨놓고 비빔 국수를 후딱 만들어 어묵탕과 같이 먹는다. 노동 뒤에 먹는 밥이 세상에서 젤 맛있는 밥이다

 

만든 앞치마를 입고 설거지를 끝내고 춘자는 보따리를 챙겨 대구로 내려가고 영월샘은 하룻밤 더 자고 오늘 새벽차를 타고 가셨다

아침 일찍 미강 넣은 쌀죽을 고서방과 같이 한 그릇씩 먹고 삼개월 후 우리 서로 몰라 볼 정도로 뱃살을 빼서 만납시다 하며 기차길 배웅을 한다

 

두 사람은 허리 앞치마(스시집 앞치마)를 만들고 나는 목에 거는 앞치마를 만들었는데, 이것도 주인집 갑질이라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