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횃대 2020. 4. 21. 00:23

 

 

 

 

1.

어쩌다 잠을 놓쳤네

 

2.

어제는 낮에 밥을 앉쳐놓고 오가피순을 따러갔네

비가 올거 같아 바구니를 들고 갔는데, 포도밭일 이틀 하는동안 오가피순이 벌써 확 폈어. 아까와

묵나물이라도 한다고 가득 훑어 와서 고양이 밥 주는데 고서방이 점심 먹으러 들어오네. 얼른 집으로 들어가 밥상을 차리는데 밥솥을 여니 세상에나 취사를 누르지 않아 보온밥이 되어 있다.

소사소사맙소사 이를 어째. 할 수 없이 고서방은 식은밥을 먹고 나는 그 희안하게 불어 터진 쌀을 다시 취사를 눌러 다시 밥을 어텋게 해보겠다고.

한참 후에 그녀가 밥이 다 됐다고 자알 저어주라네

배도 고프고 얼른 밥을 퍼서 한 숟갈 떠넣으니 백미는 그럭저럭 퍼졌는데 현미는 뚜곽뚜곽 씹히는 소리가 나요

나는 그러기나말기나 먹을 수 있는데, 밥에 까다로운 고서방은 필히 저녁에 이 밥을 먹으면 한 소리 하긋다

 

저녁때가 되어 나물을 다듬다가 펀득 생각키를 아이고 저녁엔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야겠다. 김치를 종종 썰어 약간 설익히고 돼지고기를 씹을꺼있게 썰어 넣어 볶으면 덜퍼진 현미를 눈치 못채겠지? 크하하하 역시 나는 잔머리 사악 여편네야. 회심의 미소를 머리 속에 그리며 나물을 다듬는데 다섯시 사십분쯤 되니 고서방이 전화가 온다.

"어째 속이 미슥미슥한데 저녁엔 김치넣고 밥 좀 볶아봐"하는게 아닌가. 손에 쥐었던 나물을 놓칠 정도로 깜짝 놀랐네. 아니 저 영감이 이제 독심술 아이템까지 장착한거야?

 

"어머 여보, 당신 내가 저녁에 김치볶음밥 해주려고 마음먹은걸 어떻게 알았어요? 구신이 따로 없네" 오바해서 큰소리로 추켜세우고는 마음을 가라 앉혀 김.볶.밥을 해서 급하게 어묵탕까지 끓인다.

 

고서방 들어 오기에 밥 볶은 웍 채로 얹어 놓구는 밥알 품평할 겨를도 없이 내가 쫑알쫑알 수다 반찬을 귄하였더니 고서방은 현미를 눈치 채지 못하고 자꾸자꾸 씹히는 고기 맛만 흠뻑 즐기고 식사를 끝냈다

"역시 넘으 살이 드가야 김치볶음밥이 맛있지! 감탄을 하며 뒤로 물러 난다. 그려유 고기가 쥐약이유~~

 

담날 아침, 고서방이 혼자 아침을 차려 먹는지 부엌에 떨그덕거리는 소리가 나고, 다 먹었는지 빈그릇에 물 받는 소리가 듣긴다. 못들은척하며 자는척했더니 고서방이 방문을 열고는 베락같이 얘기한다.

"아이고 이핀네야, 밥을 저렇게 해놓구는 우째 먹으라고. 어제 저녁에 김치볶음밥 해먹자하니 뭐 텔레파시가 통하니 구신이니 어쩌고 하더니 밥을 저지경으로 해놓구선 그거 감추려고 잔머리만 굴렿구만 내참"

 

나는 뭐 뿌시시 일어나며,

"그게 밤새도록 놔둬도 뜸이 안 들었나, 허허허.."하고 웃을 수 밖에

 

3.

어제 오늘, 만보 이상걷기 하자며 월류봉 둘레길을 걸었네

근데 왜이리 추운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