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세계 ㅡ황간편
1.
부부의 세계라는 미니드라마가 끝이 났다.
매주 눙깔 땡보를 받쳐가며 정주행 했는데 정작 마지막편은 보지 못했다. 대략 훑어보니 결론이 그렇게 저렇게 되었네
2.
지난 금요일 아침부터 비가 오기에 평택을 갔다. 한번 얼굴보자꾸나 약속한 말을 그날 지키고 싶어졌다. 상대방 스케쥴은 중요하지 않아, 나의 무대뽀 정신만 소듕하지 ㅋㅋ
점심을 먹고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는 헤어졌다. 헤어지면서 또 한 가지 일이 떠올랐다. 도시에 나온 김에 딸 혼삿날도 받아 가자
3.
마침 지나가는 길에 철학관이 있기에 들어가서 사주를 알려 주고 길일을 받았다. 그러고는 고서방과 나의 사주도 궁금해서 알아 보기로 했다
고서방ㅡ58년 개띠 2월 아무개날
여편네ㅡ63년 토끼띠 1월 아무날
이런 정보 두 줄 흘렸는데 철학관 선생님 입에서는 놀랄만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고 두 사람은 전생에도 부부였네요."
녜? 아 부부요? 켁!
"네 전생에는 남편분이 아내고 지금 앉아 계신분이 남자였어요"
정말 듣고도 믿을 수 없다. 전생에 부부라는것도 뭣한데 역할이 뒤바뀐 모양새라뉘!
전생에 원수가 이생에 부부로 만난다는 얘기를 듣긴했어도, 부부가 또 부부로 만난다는 얘기는 듣느니 첨이네. 도대체 전생에 누가 자기는 다음 생에도 상순이와(혹은 고서방)과 살겠다고 애걸복걸을 했냐말이지 ㅠㅠ
그러자 생각은 자꾸 전생에서 이생으로 연결이 된다. 지금 고서방 괌지르고 앞뒤 안 통하는 소릴 하는거 보면 전생에 내가 그렇게 살았나? 그 값을 이생에서 내가 몸서리치게 겪으며 당하고 있는 상황?
아니면 내가 전생에 고서방이 내 여편네로 살 때, 낮이나 밤이나 홍콩가게 잘해줘서 이 여편네가 잘해주는거에 반해 절대로 나랑 안 떨어지려고 난리를 쳤나? 뭐 벼라별 생각이 다 드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짐작하다 머리 속이 실타레처럼 엉기고 만다. 아이고 됐다마. 전생은 전생이고 이생은 이생이고 생긴 대로 살밖에.
4.
저녁에 고서방이 들어 왔기에 얘기를 해주니 그냥 웃는다. 응근히 좋아하는 얼굴이다. 뭐야? 낮에 날아가는 참새 짬지를 봤나 왜저래 실실 쪼개?
하루종일 집 밖에 있었다고 피곤하여 자러 들어가려니 자꾸 손을 잡아 당기며 자기 요대기 속으로 들어 오란다. 아이 됐어요. 나는 내 방에 들어가 잘라는구마
"아녀 아녀 이리와 누워! 내가 전생에 상순이가 내한테 해준거 오늘 밤 다아 갚아줄팅게 일루 와 어서"
세상에 고래 땡괌을 지르던 고서방은 어디가고 전생에 상순이 여편네였다는 그가 요조숙녀가 되어 나를 땡긴다 어허, 이라지 말라카이 까네요, 이러지 말라.....카이...
5.
고서방과 상순이는 전생에 무슨 풀지 못한 미진한 업장이 이생에 다시 연결되어 하루 삼시세끼 밥상을 마주하고 희노애락 그 두터운 장막을 걸머지고 걸어가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고서방 좋아하는 쪽갈비 찜을 권하면서 이거 잡솨봐여, 간이 제대로 배였나 몰것네 이럼씨롱 업장 소멸을 간구한다.
업장 소멸,
남무관세으음보오사아알~~~~
업장소멸,
무주정광다라니겨어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