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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을 쓸쓸로 봉합하다
황금횃대
2020. 7. 3. 14:14
한 일주일 고서방 차 바꾸고, 또 기존에 타던 차는 병조에게 인계하느라 인내심이 바닥을 보였는데 오늘 오전에 마무리가 되었다.
밭에 갔다와서 늦은 아침을 먹는데, 아빠차 가지고 출근 시간 맞춰 바로 올라 갔다는 아들놈 전화를 받고는 밥숟가락에 덜컥 울음이 한 소절 걸렸다.
이런 날은 넋놓고 대성통곡을 해야 울혈이 파열되는데 그럴 힘조차 없어 밥알에 슬그머니 울음을 으깨어넣구는 꿀떡 삼킨다.
오랜만에 사평역에서 시낭송을 듣는다. 사람은 가끔 혼자 오롯하니 쓸쓸한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노상 농사일과 예정 되어진 일에 계속 몰두 하다 보면 속에서 치받아 올라오는 무엇이 있다. 자, 현실에서는 일 때문에 요원하나 지난 글을 읽으며 그 때의 쓸쓸하고 고요한 풍경 속으로 잠입 해 봄도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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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며방에도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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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간 시외버스 터미널을 2시에 출발한 거창여객 시외버스는 십여분이 지난 후에 추풍령 버스 정류장의 후미를 돌아 작은 공터에 차를 세웠다. 김천 가는 길에 한 번씩 늘 정차하는 추풍령 버스정류장의 모습을 매번 거창여객 차창으로 바라보기만 하였던 나는 서둘러 차표를 손에 거머쥐고 버스 발판을 밟고 내려서 버스 정류장에서 매점으로 통하는 뒷문을 열며 들어섰다.
차안에서 늘상 바라보던 풍경과는 달리 대합실 안으로 들어서자 풍경은 갑자기 안온해졌다. 자그마한 키의 매점 주인이 나를 쳐다본다. 나는 다가가 아줌마에게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말해준다.
-아하, 반고개요?
-거길 가는 시내버스는 없고요 택시밖에 없는데....택시 불러 드릴까요?
-시내버스가 없다면 할 수 없이 택시를 이용해야겠네 그럼 좀 부탁드릴까요
그녀는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택시가 오기 전까지 나는 담배라고 쓰여진 출입문에 바짝 붙어 서서 샷슈문 유리 너머로 택시가 들어 오는지 고개를 쭉 빼서 바깥을 바라본다. 택시는 오지 않는다. 대합실 안에는 개가 깔고 앉았음직한 낡은 남색 잠바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딩굴고 있고, 공기구멍을 틀어 막아 최대한 연탄불이 오래가도록 최소한의 불기만 타게 만든 연탄난로가 체온 보다 조금 더 따뜻한 온기를 밀어내고 있다. 나는 오뉴월 곁불 쬐듯 오그린 손을 대충 펴며 온기 위에 손을 부채꼴로 폈다. 공중으로 미세하게 이동하던 따뜻한 공기는 솥뚜껑 같은 내 손바닥에 잠시 머물렀다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손님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더군다나 대외일은 아침에 일찌감치 처리하고 이 시간즘이면 집에서 점심을 먹고 방구들에 한 숨 때릴 시간이라 오가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나는 다시 출입문
샷슈를 조금 밀며 고개를 바깥으로 빼물어서는 택시가 들어오는지 살핀다.
택시는 그래도 오지 않는다.
출입문의 아귀가 딱 맞도록 나는 소심하게 손잡이 부분을 양손으로 잡고 여닫이 문의 아귀를 시간을 들여 맞춰놓는다. 매점 주인 아줌마가 그렇게 맞추지 않아도 괘안아요 하는 소릴 듣는다 민망해진 나는 손을 다시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가 난로가로 다가섰다. 난로가에는 음료수 회사에서 지난 여름에 배급한 플라스틱 비치의자가 두 개 놓여 있어 나는 과자가 쌓여 있는 쪽의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에 엉덩이를 살짝 걸치고 앉았다. 대합실 정면 벽에 걸려 있던 둥근 시계가 두 시 반점을 지나가고 있다. 아직도 택시는 오지 않았다
난로가에 앉아서 창문 밖을 본다. 창문은 먼지와 조금은 바깥과 차이나는 온도로 인해 뿌옇게 성애가 끼였다
사평역에서란 시가 생각났다. 시를 외우지 못하는 나는 언젠가 그 시가 실린 잡지책에서 본 페이지의 배경을 생각해 냈다. 그랬지. 역사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은 눈보라가 몰아치고, 역 안에는 낡은 갈탄 난로가 놓여져 있었지. 나는 혹시나 이런 생각으로 난로를 쳐다보고 있는 사이에 바깥의 풍경이 바뀌어 세찬 눈보라가 몰아치지 않을까하고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 보았다. 택시는 오지 않고 눈보라도 보이지 않는다. 그 때 초록색 택시등을 단 빈차가 지나갔다. 벌떡 일어나 출입문을 열고 나가니 그 차는 벌써 저만치 앞쪽의 길을 달리고 있다. 그 택시는 내가 부탁하여 주인 아줌마가 보낸 콜사인을 받지 못한 다른 택시였다. 다시 의자에 앉았다.
손을 오무렸다 폈다하며 난로 위로 떠 오르는 온기를 주무르고 놀자니 슬슬 소설 한 편이 떠오른다 무진기행.
그러나,
여긴 안개지역이 아니다.
그저 지나간 유행가 속에 제목으로 등장하여 바람과 구름이 쉬어가는 동네일 뿐이다.
안개는 옛날 옛적부터 이 길로 지나가질 않았다. 무진기행이 생각나자 나는 안개를 기다린다. 눈보라는 깡그리 지우고 안개를 기다린다. 안개색 코트를 입은 사람이 혹시 나타나지 않을까. 출입문을 바라보았다 택시는 아직도 오지 않는다. 택시는 영영 안 와도 좋다 소설 속 인물이 문을 밀치고 들어오면 좋겠다. 마른 먼지를 일으키는 비포장 도로를 달려와 약간은 지친 어깨를 추스리며 대합실로 들어서는..
-아줌마, 왜 택시가 오지 않는거죠 혹시 아주 먼데가 있는거 아니예요
-곧 올끼라요 조끔만 기다리면 곧 올낀데...
아줌마는 '곧'에 힘을 주며 경상도 억양을 섞어서 충청도 경계발음을 하고 있었다.
추풍령이 충청북도 영동군의 최남단 면단위임을 잘 모른다고 며칠 전 행사에 참석한 군수는 단상에서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추풍령이 영동군 소속의 면임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영동군이 강원도 어디쯤에 있는 군이 아님을 알리기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다고 얼마남지 않는 자치단체장 선거성 발언을 해대고 있었다.
그렇지 선거 바람이 곧 불겠지. 안개를 기다리던 나는 생각이 선거에 이르러서야 소설 속에서 빠져나왔다
바깥에는 해떨어지면 펼쳐 낼 바람의 색깔을 고르느라 마른 풀잎은 분주히 몸을 흔들고 있다.
-아! 왔네. 어서 타세요 택시 왔네요
추풍령 버스 터미널 대합실에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평역이나, 혹은 무진에 혼자 생경스럽게 떨어졌다가
순간이나마 눈보라와 안개와 사람을 간절히 기다렸으니, 나는 요즘 쪼매 쓸쓸한가보다. 클클..
밭에 갔다와서 늦은 아침을 먹는데, 아빠차 가지고 출근 시간 맞춰 바로 올라 갔다는 아들놈 전화를 받고는 밥숟가락에 덜컥 울음이 한 소절 걸렸다.
이런 날은 넋놓고 대성통곡을 해야 울혈이 파열되는데 그럴 힘조차 없어 밥알에 슬그머니 울음을 으깨어넣구는 꿀떡 삼킨다.
오랜만에 사평역에서 시낭송을 듣는다. 사람은 가끔 혼자 오롯하니 쓸쓸한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노상 농사일과 예정 되어진 일에 계속 몰두 하다 보면 속에서 치받아 올라오는 무엇이 있다. 자, 현실에서는 일 때문에 요원하나 지난 글을 읽으며 그 때의 쓸쓸하고 고요한 풍경 속으로 잠입 해 봄도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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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며방에도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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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간 시외버스 터미널을 2시에 출발한 거창여객 시외버스는 십여분이 지난 후에 추풍령 버스 정류장의 후미를 돌아 작은 공터에 차를 세웠다. 김천 가는 길에 한 번씩 늘 정차하는 추풍령 버스정류장의 모습을 매번 거창여객 차창으로 바라보기만 하였던 나는 서둘러 차표를 손에 거머쥐고 버스 발판을 밟고 내려서 버스 정류장에서 매점으로 통하는 뒷문을 열며 들어섰다.
차안에서 늘상 바라보던 풍경과는 달리 대합실 안으로 들어서자 풍경은 갑자기 안온해졌다. 자그마한 키의 매점 주인이 나를 쳐다본다. 나는 다가가 아줌마에게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말해준다.
-아하, 반고개요?
-거길 가는 시내버스는 없고요 택시밖에 없는데....택시 불러 드릴까요?
-시내버스가 없다면 할 수 없이 택시를 이용해야겠네 그럼 좀 부탁드릴까요
그녀는 어딘가로 전화를 한다.
택시가 오기 전까지 나는 담배라고 쓰여진 출입문에 바짝 붙어 서서 샷슈문 유리 너머로 택시가 들어 오는지 고개를 쭉 빼서 바깥을 바라본다. 택시는 오지 않는다. 대합실 안에는 개가 깔고 앉았음직한 낡은 남색 잠바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딩굴고 있고, 공기구멍을 틀어 막아 최대한 연탄불이 오래가도록 최소한의 불기만 타게 만든 연탄난로가 체온 보다 조금 더 따뜻한 온기를 밀어내고 있다. 나는 오뉴월 곁불 쬐듯 오그린 손을 대충 펴며 온기 위에 손을 부채꼴로 폈다. 공중으로 미세하게 이동하던 따뜻한 공기는 솥뚜껑 같은 내 손바닥에 잠시 머물렀다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손님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더군다나 대외일은 아침에 일찌감치 처리하고 이 시간즘이면 집에서 점심을 먹고 방구들에 한 숨 때릴 시간이라 오가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나는 다시 출입문
샷슈를 조금 밀며 고개를 바깥으로 빼물어서는 택시가 들어오는지 살핀다.
택시는 그래도 오지 않는다.
출입문의 아귀가 딱 맞도록 나는 소심하게 손잡이 부분을 양손으로 잡고 여닫이 문의 아귀를 시간을 들여 맞춰놓는다. 매점 주인 아줌마가 그렇게 맞추지 않아도 괘안아요 하는 소릴 듣는다 민망해진 나는 손을 다시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가 난로가로 다가섰다. 난로가에는 음료수 회사에서 지난 여름에 배급한 플라스틱 비치의자가 두 개 놓여 있어 나는 과자가 쌓여 있는 쪽의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에 엉덩이를 살짝 걸치고 앉았다. 대합실 정면 벽에 걸려 있던 둥근 시계가 두 시 반점을 지나가고 있다. 아직도 택시는 오지 않았다
난로가에 앉아서 창문 밖을 본다. 창문은 먼지와 조금은 바깥과 차이나는 온도로 인해 뿌옇게 성애가 끼였다
사평역에서란 시가 생각났다. 시를 외우지 못하는 나는 언젠가 그 시가 실린 잡지책에서 본 페이지의 배경을 생각해 냈다. 그랬지. 역사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은 눈보라가 몰아치고, 역 안에는 낡은 갈탄 난로가 놓여져 있었지. 나는 혹시나 이런 생각으로 난로를 쳐다보고 있는 사이에 바깥의 풍경이 바뀌어 세찬 눈보라가 몰아치지 않을까하고 고개를 돌려 밖을 내다 보았다. 택시는 오지 않고 눈보라도 보이지 않는다. 그 때 초록색 택시등을 단 빈차가 지나갔다. 벌떡 일어나 출입문을 열고 나가니 그 차는 벌써 저만치 앞쪽의 길을 달리고 있다. 그 택시는 내가 부탁하여 주인 아줌마가 보낸 콜사인을 받지 못한 다른 택시였다. 다시 의자에 앉았다.
손을 오무렸다 폈다하며 난로 위로 떠 오르는 온기를 주무르고 놀자니 슬슬 소설 한 편이 떠오른다 무진기행.
그러나,
여긴 안개지역이 아니다.
그저 지나간 유행가 속에 제목으로 등장하여 바람과 구름이 쉬어가는 동네일 뿐이다.
안개는 옛날 옛적부터 이 길로 지나가질 않았다. 무진기행이 생각나자 나는 안개를 기다린다. 눈보라는 깡그리 지우고 안개를 기다린다. 안개색 코트를 입은 사람이 혹시 나타나지 않을까. 출입문을 바라보았다 택시는 아직도 오지 않는다. 택시는 영영 안 와도 좋다 소설 속 인물이 문을 밀치고 들어오면 좋겠다. 마른 먼지를 일으키는 비포장 도로를 달려와 약간은 지친 어깨를 추스리며 대합실로 들어서는..
-아줌마, 왜 택시가 오지 않는거죠 혹시 아주 먼데가 있는거 아니예요
-곧 올끼라요 조끔만 기다리면 곧 올낀데...
아줌마는 '곧'에 힘을 주며 경상도 억양을 섞어서 충청도 경계발음을 하고 있었다.
추풍령이 충청북도 영동군의 최남단 면단위임을 잘 모른다고 며칠 전 행사에 참석한 군수는 단상에서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추풍령이 영동군 소속의 면임을 알리기 위해, 그리고 영동군이 강원도 어디쯤에 있는 군이 아님을 알리기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다고 얼마남지 않는 자치단체장 선거성 발언을 해대고 있었다.
그렇지 선거 바람이 곧 불겠지. 안개를 기다리던 나는 생각이 선거에 이르러서야 소설 속에서 빠져나왔다
바깥에는 해떨어지면 펼쳐 낼 바람의 색깔을 고르느라 마른 풀잎은 분주히 몸을 흔들고 있다.
-아! 왔네. 어서 타세요 택시 왔네요
추풍령 버스 터미널 대합실에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평역이나, 혹은 무진에 혼자 생경스럽게 떨어졌다가
순간이나마 눈보라와 안개와 사람을 간절히 기다렸으니, 나는 요즘 쪼매 쓸쓸한가보다. 클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