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신장대 이야기
이백년동안 이 집터에 살았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나는 씨부리고 댕깃다
새벽종이 꼴렸네 시절에 지은 집이라 삼대가 같이 살자니 좁기도 좁았다
그 땐 기본 설계가 씹팔평형이다.
그 해 삼월 초 하룻날 포크래인 들이대서 지붕을 걷어내고, 그 해 칠월 스무나흗날 이사를
들어갔다. 그 해는 또 이집 장남이 초파일 하루 전 날, 그러니까 초이랫날 세상을 뜨기도 했다
서울대 병원 영안실에서 첫 새벽에 시골집으로
운구해 왔지만 그렇게 그리던 아버지 집에는 한 발 들여 놓지도 못하고 삽짝 밖에서 발인을 하였다. 새 집에 시신을 먼저 들이는게 아니라고 했다.
이사 들어가서 조금 지나니 시월 상달이 되었다. 시월 초 사흗날 날을 받아 안택굿을 하였다
황간면 소계리 보살할매가 와서 안택굿겸 추수감사 고사까지 함께 지냈다
고사를 다
지내고 안방에서 동전을 퉁기던 보살이 넌즛 이런 말을 했다
"이 집 장남이 저어기 올라 오는 계단 옆에 쭈그리고 앉아 들어오는 나를 쳐다
봐"
집에 오고 싶어도 그걸 못하고 일을 치뤘으니 그게 한이 된게야..높낮이도 없이 사십오도로
눈을 뜨고 중얼중얼 주끼는데
시어머님은 문득 죽은 자식이 불쌍해졌다
"어떡하면 되오"
"뭐 요란하게 할 것없이 시작한 떡에 나물에 밥에 탕국인데 조금만 더 생각해
주고 고마 길 놓는 굿을 해 줘"
여전히 높낮이 없는 말에 어머님 아버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하라 하였다
어디서 구했는지 새 옷이 한 벌 왔다. 버선 일체 구비하여 포르무리한 옥양목 특유의 새옷감 빛이 형광등 아래 파르라니 빛이 났다. 망자가 버선도 신지 않은 채, 그녀의 말대로 우리집 계단 아래 쭈그리고 앉았다면 더 없이 좋아하겠다. 산 자도 맘에 쏘옥 드는 저 형광 푸른빛이라니.
대문 삽짝까지 허연 광목으로 저승길이 닦여졌다.
가까이 사는 친척들 연락할
수 있으면 연락해보오 망자가 고모가 보고 싶다네
자정이 넘은 시간에 잠 자다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학교 옆 시고모님이 불려 오고, 그
보다 더 먼 동네 사는 원촌 시고모님도 부시시 우짠 일인가 하며 불려왔다.
"조카 길 닦음을 하는데 고모가 보고 싶다네요 어짜겠어요 마지막
걸음이다 생각하고 조카한테 잘 가라고 손 한번 흔들어 줏씨요"
보살의 목소리는 금새 살가운 음색이 되었다. 노잣돈도 좀
놓으시고...
시고모, 형제간, 아버님, 어머님, 제수씨...순서대로 지폐를 놓았다.
굿수발에
지전갹출에 이것저것 늦도록 힘이 든 나는 입이 댓발로 나왔다. 저런 짓거리가 다 무슨 상관이냐고.
더 이상 나올 돈이 없자 보살은 광목필을
돈까지 싸서 둘둘 말아 감으며 망자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생전 처음 보는 거라 믿거나말거나 보살이 망자가 마치 눈앞에 보이는 듯 손을 흔들며
망자에게 어여 가라고, 편히 가라고 손짓을 하였다. 어머님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하고 우리는 까닭모를 공포로 저승으로 가는 광목필 길이 얼른
걷어지길 기다렸다.
안택 굿이 끝나고 신을 부르는 이벤트가 있었다. 어머님이 아무리 그걸 붙잡고 신이
내리는가 기다려도 신장대 댓잎은 까딱도 않했다. 그러자 보살이 뒷고샅에 성철씨 어무이를 지정했고, 아재매가 굿구경을 왔다가 엉겹결에 신장대를
잡았다. 그러자 신장대가 거짓말처럼 떨기 시작했다. 물기없는 댓잎이 사락사락 옷자락 끄는 소릴 마구 내면서 떨렸다. 그러더니 신장대가 움직였다.
사람이 따라 일어섰다. 신장님이 끄는대로 따라 가씨욧 보살이 아지매에게 이르자 아지매는 또 거짓말같이 발걸음을 옮겼다. 신장대는 새로 지은
현관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서 환히 열어 놓은 대문을 지나 삽짝 앞 감나무 위로 올라갈려고 애를 쓰는게 아닌가.
이 무슨 해괴한 일이. 신장대가 감나무만대이로 올라가려하다니...거기서 어디로 가질
않아서 결국 시동생이 신장대를 잡고 감나무 위에 올라가 명태를 감나무 가지에 매달고 내려왔다.
신장대가 흔들릴 때야 순간 긴장이 되어
어...저렇게도 되는 구나. 저런게 가능하구나 했는데 그게 막상 감나무 위에 올라가 마른 명태를 명주실로 묶어두는 일로 끝이나자 이상허니 웃음이
나고 허탈했다.
감나무 위에 명태야 얼마동안 감나무 위에 매달려서 감과 같이 익어갔다가 나중에는 비바람에 어디로 떨어져 어느 고내기쌔끼 입에 물려 달아났는지 모르겟다
안 보면 믿기 힘들지만, 보면 또 그게 전설이 아닌 실체로 와닿는데, 신장대 이야기도 그런거 같아. 다들...읽어보니 믿어지시는지?